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 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에서 “지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기반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한다고 보면, 그 과실을 우리 금융기관 서비스와 연계하고 글로벌 자금을 국내로 연결하는 통로가 필요하다”며 “토큰증권을 형식적으로 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안도걸·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타이거리서치가 주관, 솔라나 재단, 솔라나 정책연구소, 오르카가 후원했다.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 (사진=김연서 기자)
◇“조각투자보다 정형증권 먼저…채권·MMF 토큰화 필요”
김 변호사는 해외 토큰증권 입법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토큰화 대상 자산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토큰증권을 전면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DTCC가 중심을 잡고 미국 국채, 러셀1000, 주요 주식 추종 ETF 등 정형증권 위주로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보다 전향적으로 토큰증권 법제화를 한 독일도 채권에서 시작해 펀드, 주식으로 확장했다”며 “공통점은 전통 증권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쓰는 이유는 결국 유통을 위해서”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좋은 자산, 시장 수요가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채권, MMF, 펀드 등이 먼저 토큰화되는 것이 더 안전한 방향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 토큰증권 논의가 조각투자나 투자계약증권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투자계약증권은 원래 개별 거래 성격이 강해 유통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자산”이라며 “이런 자산보다 유통 수요가 크고 토큰화돼 돌아다녀도 안전한 정형증권을 시행령 단계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 과실 해외로…글로벌 자금 유입 통로 만들어야”
김 변호사는 한국 증시와 산업 경쟁력을 토큰증권 시장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한국 주식 수익률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이나 개별 토큰이 거래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성장 과실을 해외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조금 더 전향적으로 유통을 고민하면 국내 금융기관이 글로벌 자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반도체와 AI 산업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의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이를 국내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산원장 방식에 대해서는 퍼블릭·프라이빗 체인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변호사는 “블록체인을 썼는데 일이 더 많아진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국내에서는 어떤 분산원장 위에서 유통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제한된 노드가 참여하는 프라이빗 체인이 예상되지만, 실제 블록체인의 효용이 무엇인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산분리 완화 필요…기존 자본시장법에 욱여넣으면 안 돼”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본부장도 토큰화 대상 자산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가가 정형증권 토큰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익의 대부분이 정형증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며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지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MMF와 채권부터 시작해 국내 사정에 맞는 프로세스를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며 “블랙록의 비들(BUIDL) 사례가 계속 언급되는 것도 토큰화 MMF 구현 과정에서 풀어야 할 제도적 과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얼마나 풀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본부장은 “금융 혁신 기술이 블록체인이라면 금융산업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산업이 발전한다”며 “디지털자산 스타트업들이 먼저 쌓은 노하우를 가진 만큼 금융 대기업과 협업하고 때로는 서로의 고객이자 투자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산원장 요건을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본부장은 “금융 분산원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핵심은 국가 간 상호 연결과 실시간 글로벌 연결성”이라며 “분산원장 요건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맞춰버리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쓸 유인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자본시장법에 억지로 끼워 넣는 형태라면 안 하는 게 맞다”며 “민간과 당국이 함께 혁신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완벽한 법보다 명확한 틀 원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업계는 완벽한 법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틀 안에서 사업해야 하는지 알아야 사업 방향성이 잡히고 업계에 돈과 유동성이 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모두 어떤 사업을 어떤 라이선스로 해야 하는지 몰라 추측성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유동성 공급자 등 제도적 근거가 명확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이 없으면 금융기관과 은행은 들어오지 않는다”며 “한국은 늦지 않았다. 올해를 원년으로 보고 있으며 AI 에이전트까지 포함하면 높은 IT 수준을 가진 한국이 글로벌 월가와 경쟁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 (사진=김연서 기자)
◇“그림자 규제 경계…국내 넘어 글로벌 변화 반영해야”
규제 불확실성과 ‘그림자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경 인천대학교 교수는 “명시적 입법뿐 아니라 그림자 규제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며 “디지털자산 사업을 실제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에 대한 명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해왔지만 전통 금융산업의 한계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디지털금융은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만큼 한국이 기존 금융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금융산업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어 “규제 방향이 단순 제한과 통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신뢰 기반으로 가야 한다”며 “입법 논의도 국내 시장에만 멈추지 말고 글로벌 변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체인 결제 없으면 반쪽짜리…스테이블코인 필요”
토큰증권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상형 바이셀스탠다드 법무실장은 “토큰증권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산이 블록체인에 올라가면 이를 거래하는 데 필요한 현금흐름도 함께 블록체인에 올라가야 진정한 의미의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동화된 수익 분배, 거래비용 절감, T+0 결제, 24시간 거래와 같은 토큰증권의 잠재력은 온체인 결제를 통해 극대화된다”며 “그 수단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토큰증권이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면, 토큰증권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중요한 사용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