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청소로봇 회사, 휴머노이드로 눈 돌린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6:01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서빙로봇과 청소로봇으로 출발한 자율주행로봇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자율주행로봇(AMR)이 물건을 ‘옮기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로봇팔과 상반신을 결합해 물건을 집고 내리고 분류하는 ‘조작’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22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의 상업용 로봇 전문 자회사 베어로보틱스는 영국 브리스톨 소재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키니시 로보틱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통상적인 종결 절차를 거쳐 수일 내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베어로보틱스가 미국 로봇 스타트업 키니시 로보틱스와 협력해 개발한 휠형 휴머노이드 ‘KR1’ (사진=키니시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군집제어 기술에 키니시의 매니퓰레이션 AI와 휴머노이드 역량을 더해 이동부터 실제 작업 수행까지 아우르는 피지컬AI 로봇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키니시는 베어로보틱스 공동창업자 출신 브렌난드 피어스가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키니시가 개발한 휠형 휴머노이드 ‘KR1’은 다리 대신 바퀴형 모바일 베이스를 적용하고, 상반신과 팔을 활용해 물건을 집고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의 로봇이다. 피어스 창업자는 거래 종결 후 베어로보틱스 최고로봇책임자(CRO)로 합류해 KR1 플랫폼 개발을 계속 이끌 예정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로보틱스·자동화 전시회 ‘오토메이트 2026’에서 AMR 라인업과 함께 KR1을 공개 시연한다. 이번 전시는 인수 발표 직후 열리는 첫 공개 행사인 만큼, 베어로보틱스가 서빙·물류·휴머노이드를 아우르는 피지컬AI 로봇 플랫폼 비전을 업계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어로보틱스는 식당 서빙로봇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실내 환경에서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고,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술을 축적해왔다. 회사에 따르면 베어로보틱스는 전 세계 20여개국 5000곳 이상의 현장에 약 1만6000대의 자율주행 로봇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산업용 AMR ‘카티’ 라인업을 확대하며 제조·물류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티 라인업은 베어로보틱스가 서비스로봇에서 산업용 AMR로 무게중심을 넓히는 대표 사례다. 소형 AMR ‘카티 100’은 경량·중간 하중 운반을 겨냥한 제품이며, ‘카티 로우프로파일’ 시리즈는 400~1500kg의 고하중 운반이 가능한 산업용 AMR이다. 여기에 키니시의 매니퓰레이션 기술까지 더해지면 물건을 운반하는 수준을 넘어 집기·배치·분류·이송 등 실제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LG전자의 투자도 베어로보틱스의 확장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베어로보틱스 경영권을 확보하며 상업·산업용 로봇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가전·상업용 로봇 사업을 해온 LG전자 입장에서는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기술과 실내 서비스 로봇 운영 경험을 제조·물류·상업 공간 자동화로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베어로보틱스는 LG전자와 LG CNS 등에 AMR과 피지컬AI 기술을 공급하며 고객 기반을 다져왔다.

에브리봇 피지컬AI 연구소 (사진=에브리봇)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청소기 업체 에브리봇(270660)은 지난 3월 기존 AI융합기술연구소를 ‘피지컬AI연구소’로 개편하고 자율이동 플랫폼 고도화, 서비스형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내재화를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청소로봇에서 축적한 실내 자율주행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와 상반신 구동형 서비스 로봇 플랫폼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에브리봇은 지난해 SK인텔릭스 로봇 ‘나무엑스’에 자율주행 모듈을 개발·공급한 경험도 갖고 있다. 라이다 기반 SLAM, 실시간 공간 인식, AI 기반 객체 인식,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 등을 모듈로 통합했다. 에브리봇은 이 같은 현장 자율주행 데이터가 향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휴머노이드 시장의 상용화 경로가 꼭 ‘두 발 보행’에서 시작되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행형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정성·배터리·비용·안전 인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반면 바퀴형 AMR은 이미 공장, 물류센터, 식당, 병원 등 실내 환경에서 상용화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로봇팔과 상반신을 결합하면 기존 인프라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기존 AMR은 물류의 한 구간을 자동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물건을 정해진 위치까지 옮기는 역할이다. 하지만 매니퓰레이터가 결합되면 작업 범위가 달라진다. 물건을 집어 카트에 싣거나, 선반에 내려놓거나, 분류하고, 설비 버튼을 조작하는 작업까지 가능해진다. 물류센터의 피킹·패킹, 제조 현장의 부품 공급, 병원·호텔·상업시설의 물품 전달 등에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덴마크 AMR 업체 미르(MiR)는 로봇팔을 결합한 모바일 코봇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고, 휴머노이드 업체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디짓’이 기존 물류 자동화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는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스페인 AMR 업체 키브논도 AMR과 휴머노이드가 제조 현장에서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로봇이 사람처럼 보이느냐보다 실제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느냐”라며 “자율주행 기반을 가진 로봇 기업들이 팔과 조작 기능을 붙이려는 이유도 결국 자동화의 마지막 빈틈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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