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제치고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행보는 한국 AI 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하지만 환영의 열기만큼 커지는 것이 엔비디아 종속에 대한 우려다. 협력과 자립 사이에서 한국 AI 산업이 선택해야 할 길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엔비디아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AI 모델을 학습·추론해 곧바로 수익을 창출하는 ‘AI 팩토리(AI Factory)’다.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원자재처럼 투입해 AI 서비스와 콘텐츠, 에이전트를 생산하는 일종의 디지털 공장으로, 향후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대중화되면 초기 학습 못지않게 방대한 추론 연산이 필요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이 엔비디아의 CUDA(쿠다)와 NVLink(엔비디아링크)다. CUDA는 AI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칩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묶어두는 플랫폼이고, NVLink는 수천 개의 GPU를 하나의 거대한 AI 컴퓨터처럼 연결하는 초고속 통신 기술이다. 경쟁사가 칩 성능만으로 추격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견고한 장벽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리는 엔비디아의 인프라 콘셉트를 수용하되, 누구보다 빠르게 멀티에이전트 중심의 경제 구조로 판을 재편하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AI 가속기를 최적화할 수 있는 오픈소스 생태계 고도화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장치 간 메모리를 묶어 데이터 이동 병목을 해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응용에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NVLink를 대체할 광통신 기반의 CPO(공패키징 광학) 기술 연구에서 독자적인 성과를 창출해 기술적 병목을 뚫어야 한다.
우리가 이미 보유한 탁월한 검색·메신저·금융 서비스 역량을 활용해 기존 글로벌 빅테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킬러앱 DNA를 구축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에이전트끼리 경제 활동이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으로 진화시켜야만 한다.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철저한 전략적 차별화가 요구된다. 젠슨 황이 범용적인 월드모델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는다면, 우리는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과 고유한 현장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
젠슨 황의 진짜 선물은 결국 우리로부터 사야 할 구매 목록일 뿐이며, 우리의 진정한 해자(垓字)는 제조 현장의 노하우가 집약된 K-월드모델이어야 한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는 일방적인 플레이어에 머물지 말고, 게임의 규칙 자체를 설계하는 설계자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창제 철학과 독창적인 기술 DNA를 믿고, 우리만의 자주적 경계를 과감하게 넘어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