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국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정부 AI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태완 정보통신산업정책관(국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 속에서도 독자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며 AI 반도체 조기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와 피지컬 AI 원천기술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외산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되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국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는 현상에 대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된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사업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민간이 외산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고, 정부는 미래를 대비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엔비디아 생태계를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분야의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95%는 따라갈 수 있다…마지막 99%는 우리 기술의 영역”
박 국장은 엔비디아 GPU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AI 서비스에 최고 사양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규모 사전학습에는 고성능 GPU가 필수지만 실제 서비스의 상당수는 추론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전력 효율과 비용 경쟁력을 갖춘 추론 특화 NPU가 충분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자체 AI 반도체인 TPU를 활용하듯 국내 NPU 역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산 NPU 생태계가 궁극적으로 공공·안보와 제조 현장을 겨냥한 피지컬 AI 자립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조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95%와 99%의 차이’를 제시했다. 외산 AI 모델을 활용하면 일정 수준까지는 빠르게 성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최종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현장 경험과 노하우, 즉 ‘암묵지(暗默知)’라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외산 모델을 활용해 범용 성능의 95% 수준까지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기업 고유의 제조 노하우와 현장의 암묵지를 반영해 완성도를 99%까지 끌어올리는 단계에서는 자체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월드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지막 단계의 핵심 경쟁력까지 외산 플랫폼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엔비디아가 피지컬 AI를 강조하는 것도 결국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모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제조업의 공정 데이터와 노하우가 해외 플랫폼으로 흘러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TDX도 처음엔 비효율 논란…기술 주권은 씨앗부터 심어야”
정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중소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국산 피지컬 AI 실증과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박 국장은 “대기업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더라도 수많은 협력사와 공급망 생태계에는 국산 피지컬 AI 솔루션이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며 “전북·경남 피지컬 AI 실증 사업 등을 통해 현장 수요에 맞는 국산 솔루션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기술 자립 노력을 1980년대 TDX(전전자교환기) 국산화와 KF-21 전투기 소프트웨어 개발 사례에 비유했다.
박 국장은 “당시에도 외산 제품을 쓰면 되는데 왜 굳이 국산화를 추진하느냐는 회의론이 많았지만 결국 IT 강국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초기에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기술을 내재화해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천 기술 확보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지금 씨앗을 심지 않으면 미래에도 외산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