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지혜롭지만 무능?"…챗GPT 답변 속 '은밀한 연령 고정관념' 규명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전 12:02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홍완 박사과정생, 최문정 석좌교수(왼쪽부터). (사진=카이스트)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홍완 박사과정생, 최문정 석좌교수(왼쪽부터). (사진=카이스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챗GPT 답변에 노인에 대한 미묘한 고정관념이 내재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생성하는 문장 속 은밀한 편향이 사회적 인식에 미칠 영향을 조명하고 향후 포용적 AI 개발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KAIST(카이스트)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최문정 교수 연구팀이 생성형 AI 모델인 오픈AI의 챗GPT-4o가 생성하는 문장 속에 노인에 대한 미묘한 고정관념이 내재되어 있음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고 28일 밝혔다.

생성형 AI는 일상 속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과정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지만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성별이나 인종 관련 편향에 집중해 온 반면 홍완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속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연령차별 문제를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연구팀은 10세부터 90세까지 10세 단위 연령대의 특성을 묘사하도록 하는 중립적 프롬프트를 활용해 GPT-4o가 생성한 텍스트 900개를 수집했다. 이후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표 이론인 고정관념 내용 모델(SCM)을 적용해 분석했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인식을 ‘따뜻함’과 ‘역량’ 두 차원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분석 결과 고령자 집단(60세 이상)은 ‘따뜻함’ 점수는 높게 나타난 반면 ‘역량’ 점수는 젊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생성된 응답에서는 인간의 생애 주기가 청년층(10~20대), 중년층(30~50대), 노년층(60대 이상)의 세 집단으로 구분되어 표현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비교적 획일적인 특성 묘사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내부 유사성이 높아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더 동질적인 집단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노인을 개별적이고 다양한 존재라기보다 하나의 유사한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고정관념적 묘사와 연결된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제공)
연구팀은 자신감과 주도성을 나타내는 ‘자기주장성’에도 주목했다. 분석 결과 자기주장성을 나타내는 표현의 빈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챗GPT-4o가 노인을 지혜롭고 자애로운 인물로 묘사하는 동시에 주체성이나 능동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목표나 추진력이 적고 고집이 있거나 기존 방식에 익숙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연구 결과는 생성형 AI가 노인을 ‘따뜻하지만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으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여주며 이는 대중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노인 고정관념과 유사한 양상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표현이 대화형 AI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이 고령층의 디지털 참여를 저해하는 ‘디지털 연령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가상비서, 채용 알고리즘, 대출 심사, 의료 분류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 LLM이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을 덜 적극적이고 덜 유능한 존재로 묘사하는 방식은 기술 설계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디지털 연령 차별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최문정 교수는 “AI의 편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며 “포용적 AI를 위해 다양한 세대가 개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홍완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노년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더 제론톨로지스트(The Gerontologist)’ 2026년 2월호 특별호에 게재됐다.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인문사회융합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카이스트에서 수행됐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