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늘려도 현장 병목 여전…'연구공간·자율성·실증 병행해야'

IT/과학

뉴스1,

2026년 7월 02일, 오후 06:31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 연구개발 투자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2026.07.02(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뉴스1 김민수 기자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연구 현장에서는 예산 증액만큼 연구공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자율성, 실증 인프라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과제를 따내도 연구실을 확보하지 못하고, 출연연은 국가 임무형 연구를 수행하려면 기관별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AI·반도체·에너지 분야에서는 논문과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실증 투자와 생태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안(2026~2030)'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전략안은 향후 5년간 국가 R&D 투자 방향을 담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정부는 R&D 규모를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으로 설정하고, AI, 반도체, 양자, 바이오, 우주 등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방침이다.

100억 과제 따도 연구실 없어…"공간부족부터 풀어야"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의 R&D 투자 확대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현장의 병목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가장 눈에 띈 지적은 대학 연구공간 부족 문제였다. 이삼열 연세대 교수는 "수도권 대학들은 캠퍼스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연구 공간 확보조차 굉장히 벅찬 상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희 학교에 있는 교수님들이 이번에 100억짜리 과제를 따냈지만, 연구실을 못 구해 학교 전체적으로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라며 "인재를 수용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만 대학 현실은 그분들을 수용할 연구공간이 없어 과제를 따더라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출연연구기관에서는 PBS 폐지 이후 자율성 보장이 과제로 제시됐다. PBS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와 연구비를 확보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다.

손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부장은 "이번 정부에서는 PBS 폐지와 전략연구사업 도입을 통해 출연연이 국가 임무 중심 R&D로 전환하고 연구 자율성과 경쟁력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손 본부장은 "전략연구사업은 정부와 민간 수요를 반영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다양한 출연연은 고유 역량과 특성이 매우 다르다"며 "스스로 임무를 제안하고 설계할 수 있는 방식이 확실히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수요 반영과 기관 자율 제안이 균형을 이룰 때 새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며 "기관이 자체적으로 제안하는 임무의 비중을 명문화하고 기관 제안형 출연금 예산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논문 넘어 산업 현장으로…"실증 환류 체계 필요"
AI·반도체 분야에서는 목표와 지원 범위를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는 피지컬 AI 데이터 구축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상용화 목표를 두고 "조금 더 도전적으로 설정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AI 반도체 육성과 관련해 "엔비디아를 보면 GPU를 설계하지만 실제 반도체를 개발하고 양산하고 상용화하는 데까지 다양한 반도체 생태계 기업들이 연관돼 있다"며 "IP 기업,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보드·시스템 기업 등 전반적인 생태계에 조금 더 집중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실증 중심 투자가 강조됐다. 한종희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 수준, 특히 논문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논문 성과를 활용하는 시스템은 아직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논문이나 개별 요소 기술 개발을 넘어서 파일럿 규모의 실증, 대형 실증 플랜트, 장기간 운영을 통한 데이터 확보가 꼭 필요한 시대"라며 "실증 과정에서 발견되는 기술적 문제를 다시 R&D 과제로 연결하고, 그 성과를 다시 실증에 적용하는 환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전략의 비전을 '과학기술 NEXT 투자 전략으로 기술 주도 성장 구현'으로 제시했다. NEXT는 △주력 기술 집중 육성 △미래 기술 주권 강화 △생태계 강화·확장 △신뢰 기반 효율화를 뜻한다.

과기정통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전략안을 보완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8월 중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로 확정할 예정이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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