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에 지분 넘긴 임종훈…한미家 경영권 분쟁 새 국면 맞았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03일, 오전 09:02

[이데일리 나은경 한광범 기자] 한동안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한미약품(128940) 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자신의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 2.5%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아닌 제3의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뒤 모친 송영숙 회장, 누나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다.

임 대표가 상속세 부담과 담보대출 등으로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이 확보를 원했던 ‘캐스팅보트’ 지분이 결국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점 자체가 신 회장 전략에는 적잖은 타격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로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사진=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사진=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캐스팅보터’ 향방 결정…신동국 아닌 PEF 선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중 170만9788주(발행주식 총 수의 2.5%)를 나우아이비22호펀드에 주당 4만8000원, 총 820억6982만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일은 오는 8월 5일 또는 당사자 간 합의한 날이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임 대표는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담보대출과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RP)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이번 공시에서도 보유 주식 상당수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며, RP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처분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시장의 관심은 ‘누구에게 매각하느냐’에 쏠려 있었다.

당초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이른바 ‘4자 연합’(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을 구성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 들어 양측이 갈등 끝에 결별하면서 경영권 구도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이후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신 회장 측과 보조를 맞춘 가운데 어느 한쪽에도 명확히 서지 않았던 차남 임종훈 대표는 향후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캐스팅보터로 거론돼 왔다.

이번 거래로 임 대표가 매각하는 지분까지 포함하면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임성기재단, 가현문화재단 등 오너 일가 지분은 31.05%가 된다. 여기에 라데팡스 보유 지분(9.81%)을 더하면 40.86%다. 신 회장 측은 한양정밀화학 보유분 등을 포함해 29.8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임종훈 대표 지분 확보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다”며 “임 대표가 신 회장 측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모친, 누나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에 지분을 인수한 펀드는 기존에 존재하던 사모펀드로, 4자 연합이 별도로 만든 펀드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그룹 거버넌스가 보다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 역시 입장문을 통해 “어머니(송영숙 회장), 누님(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아버님(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결정이 ‘한미를 한미답게’ 키워가고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양정밀)




◇연기금·개미표가 변수…분쟁 끝 아닌 ‘새 국면’

한미그룹 측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한층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만으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장 마감 이후 이번 주식매매계약이 공시되자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넥스트트레이드 애프터마켓에서 본장 종가(3만1250원)보다 소폭 오른 3만1550원에 거래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 갈등 완화와 지배구조 불확실성 축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지분 확보 경쟁 가능성에 다시 주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표심도 여전히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한 한미그룹 OB(전직 직원)는 “이번 거래는 임 대표의 행보가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양측 모두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승부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쉽게 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명분 경쟁, 자본력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누가 더 확보하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분을 인수한 주체가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사모펀드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의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투자 회수 시점이나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동국 회장 측도 이번 거래를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정진수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신 회장이 ‘임종훈 대표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펀드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내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전했다”며 “이와 관련해 4자 연합에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기미는 전혀 없다. 시장에 불필요한 사인을 줌으로써 주가가 변동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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