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이 들면 살찔까”…유상구 대표가 오토파지에 꽂힌 이유[글라세움 대해부①]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후 01:0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비만과 파킨슨병은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인다. 하나는 대사질환이고 다른 하나는 퇴행성 뇌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라세움은 이 두 질환을 하나의 기전으로 연결한다. 창업자인 유상구 대표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오토파지(Autophagy)가 그 중심에 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유 대표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051910) 생명과학사업본부)에서 신약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바이오벤처 이룸바이오테크놀로지를 창업해 기술수출을 경험한 뒤 2014년 글라세움을 설립했다. 현재 글라세움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부티글라브리딘(Vutiglabridin) 역시 그가 오랜 기간 연구해온 대사질환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왜 나이 들면 살찔까?’ 호기심이 신약개발로

유 대표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노화와 대사질환이었다. 유 대표는 나이가 들수록 복부 지방이 늘어나고 각종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젊을 때와 달리 체중이 증가하고 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다.

그는 “결국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세포 기능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며 “나이가 들수록 지방이 쌓이는 이유를 이해해야 비만과 노화를 함께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기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현재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글라세움이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비만 치료제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유 대표는 지방 축적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천연물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물질은 감초 추출물이었다. 그는 감초에서 발견한 약리작용을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착수했다.

글라세움이라는 회사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회사명은 감초의 학명인 글라브라(Glabra)에서 착안했다. 그는 “지방을 줄일 수 있는 기전을 찾기 위해 다양한 천연물질을 검토했는데 감초 추출물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며 “회사를 설립할 때도 그 출발점을 기억하기 위해 글라브라에서 이름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개발 중인 부티글라브리딘은 감초 추출물 자체가 아니다. 천연물의 약리작용을 바탕으로 화학 구조를 최적화해 약물화 가능성을 높인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이사가 최근 경기도 수원시 글라세움 본사에서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티글라브리딘의 오토파지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이사가 최근 경기도 수원시 글라세움 본사에서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티글라브리딘의 오토파지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비만 연구하다 ‘오토파지’ 발견

글라세움의 방향이 바뀐 것은 부티글라브리딘의 작용 기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였다. 유 대표는 처음에는 약물이 왜 지방을 줄이는지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방 감소 효과의 배경에 오토파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오토파지란 세포 내부의 손상된 단백질이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일종의 세포 청소 시스템을 말한다. 유 대표는 오토파지 기능이 저하되면 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 염증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처음에는 지방을 줄이는 현상에 관심이 있었는데 연구를 하다 보니 핵심은 오토파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오토파지가 활성화되면서 지방 대사가 개선되고 여러 대사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떠올렸다.

유 대표는 시선을 비만 밖으로 돌렸다. 부티글라브리딘의 오토파지 활성화 기전이 확인되면서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글라세움은 오토파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중 하나로 파킨슨병을 선택했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과 같은 이상 단백질이 뇌에 축적된다. 오토파지는 이러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글라세움은 부티글라브리딘을 활용해 파킨슨병 임상 2b상을 준비하고 있다.

유 대표는 글라세움을 창업하기 전 이룸바이오테크놀로지를 운영하며 단핵구 유인 단백질-1(Monocyte Chemoattractant Protein-1·MCP-1) 억제제 계열 후보물질을 국내 팜한농과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다. 향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비만과 파킨슨병은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포 기능 이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오토파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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