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세라닙 발목 잡은 ‘제네릭 실사’…HLB도 몰랐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0일, 오후 08:0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HLB(028300)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배경에는 HLB도 예상하지 못했던 항서제약 제조시설 실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FDA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다른 제네릭 의약품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반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에서 제조시설 문제가 발견됐고, 같은 공장에서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도 생산된다는 이유로 허가 심사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HLB는 해당 실사 사실조차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진양곤 HLB그룹 의장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제네릭 실사가 신약 허가에 영향…HLB “사전 인지 못해”

이번 CRL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선 두 차례와 원인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 두 차례 CRL은 캄렐리주맙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과 관련된 사안이었지만, 이번에는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일반 cGMP 실사가 문제가 됐다. CRL을 통한 앞선 두 차례의 지적사항이 해소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CRL을 통해 추가적인 지적사항이 더해진 것이다.

HLB에 따르면 FDA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다른 제네릭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제조공정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조시설에 Form 483을 발부했다. 이후 같은 제조시설에서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해 리보세라닙 신약허가신청(NDA) 승인도 보류했다는 것이다. Form 483은 FDA 실사관이 현장에서 확인한 제조·품질관리 미흡 사항을 업체에 통보하는 문서다.

HLB 관계자는 “앞선 두 차례 CRL과 이번 CRL은 원인이 된 제조시설이 다르다”며 “이번 일반 cGMP 실사는 리보세라닙 허가를 위한 사전승인실사(PAI)가 아니라 미국에 판매 중인 다른 제네릭 의약품 제조공정에 대한 정기 실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CRL 지적사항은 해소됐느냐는 질문에 “캄렐리주맙 제조시설과 관련한 기존 지적사항이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FDA가 아직 해당 제조시설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HLB와 미국 자회사 엘레바도 해당 실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 입장에서는 리보세라닙이 아닌 다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실사였기 때문에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CRL을 받고 Form 483과 항서제약의 답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도 현재 정확한 지적사항과 항서제약의 개선 계획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HLB는 Form 483과 항서제약의 시정·예방조치(CAPA), 이달 말로 예상되는 일반 cGMP 실사의 최종 분류 결과를 확인한 뒤 재신청 전략을 결정할 방침이다.

HLB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CRL 수령 후 1년 안에 재신청하지 않으면 신청이 자동 철회된다”며 “다만 보완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 FDA와 타입A 미팅 등을 통해 일정 연장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Form 483과 항서제약의 답변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구체적인 재신청 시기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조소 신뢰 회복이 관건”…FDA 출신 전문가 “재실사 불가피”

HLB는 이번 CRL이 일반 cGMP 실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리보세라닙 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FDA에서 10여 년간 임상약리 심사관과 팀장을 지낸 이장익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같은 제조시설에서 발견된 문제라면 허가 심사와 무관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된다면 특정 의약품 공정과 완전히 분리해서 볼 수 없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FDA는 당연히 허가 심사에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A는 이번 CRL에서 제조시설 문제가 해소된 뒤 필요할 경우 사전승인실사(PAI)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HLB는 그동안 보고서 대체 실사(RLI)를 통해 현장실사를 갈음할 가능성도 거론해왔지만, 전문가들은 세 번째 CRL을 받은 현 상황에서는 FDA가 서류 검토만으로 허가를 결정하기보다 재실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류를 통해 충분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재실사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됐다는 점이 확인되기 전에는 허가를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실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항서제약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제조시설이 충분히 개선됐다는 확신을 FDA가 갖지 못하면 재실사 일정조차 잡히기 어려울 수 있다”며 “FDA도 실사에 최소 두 명 이상의 심사관을 파견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개선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쉽게 현장실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항서제약은 FDA 대응 강화를 위해 지펑 전 아스트라제네카 임원을 총괄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고, 공장 책임자도 FDA 출신으로 교체했다. 자체 모의실사(Mock Inspection)도 다섯 차례 진행했으며 HLB도 이 과정에서 항서제약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세 번째 CRL을 받으면서 향후 허가 여부는 Form 483의 구체적인 지적사항이 무엇인지, 항서제약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에 나설지에 달리게 됐다.

이 교수는 “CRL을 몇 번 받았는지가 (앞으로의 허가 여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니다. FDA가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하기만 한다면 CRL 횟수가 많아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세 차례 CRL을 받았다는 것은 항서제약이 FDA가 요구하는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나 책임자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제조시설과 품질관리 시스템 전반을 FDA가 납득할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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