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소사이어티 디지털사회전환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인간과 AI의 친밀성(상호작용)’을 주제로 제3차 포럼을 열고 생성형 AI가 인간의 정서와 사회성,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첫 발제에 나선 박형빈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사진=디지털소사이어티
첫 발제에 나선 박형빈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초연결 사회일수록 인간은 오히려 깊은 외로움과 고립을 경험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는 판단이나 비판 없이 계산된 위로를 제공해 외로움을 일시적으로 잊게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하지 못한다”며 “AI는 계산할 수 있지만 성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재생과 무한 스크롤, 즉각적인 보상 구조를 갖춘 AI 플랫폼이 아동·청소년의 주의력과 자기조절 능력,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AI가 제공하는 친밀함에는 인간관계의 핵심 요소인 ▲주관적 감동(퀄리아) ▲죽음을 인식하는 유한성 ▲타인의 취약함을 기꺼이 감당하는 관계적 책임이 본질적으로 결여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활용법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AI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존재론적 리터러시(Ontological Literacy)’ 교육을 초·중·고 교육과정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소사이어티 디지털사회전환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인간과 AI의 친밀성(상호작용)’을 주제로 제3차 포럼을 열었다. 사진=디지털소사이어티
이어 발표한 김판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기자는 해외에서 발생한 AI 대화 후 자살 사례와 국내 취재 결과를 소개하며 AI에 대한 정서적 과의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용자들은 처음에는 숙제나 업무를 돕는 도구로 AI를 사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 상담 등 정서적 영역까지 AI에 의존하게 된다”며 “문제는 AI가 이용자의 우울감이나 잘못된 생각에 제동을 걸기보다 공감과 동조를 반복하면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캐릭터 챗봇에 과몰입한 청소년들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거나 사회적 고립, 폭력성을 보이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개인의 리터러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첨하는 AI는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토론에서는 AI 과몰입을 이용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사용자를 오래 붙잡기 위해 비위를 맞추는 ‘아첨형 AI’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만든 결과”라며 기업의 서비스 설계와 보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도 “AI 친밀성 문제를 개인의 과몰입이나 교육 부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위험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플랫폼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 책임과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AI 시대, 교육도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교육과 사회적 대응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기 KAIST 교수는 정부의 일률적인 가이드라인보다 교사와 학부모,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AI 친밀성은 정보기술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과 실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한 연세대 교수는 청소년을 단순히 보호나 규제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이유와 또래 문화, 사회 환경을 이해하고 정책 수립 과정에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영준 서강대 교수는 “AI와의 새로운 관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관계 형성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위험성과 가능성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다운 관계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 입을 모았다. AI와의 친밀성이 더 이상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교육과 산업, 정책이 함께 고민해야 할 새로운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