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찍어낼 것인가, 유통할 것인가"…SKT·KT, AI팩토리 '2色 레이스'

IT/과학

뉴스1,

2026년 7월 13일, 오전 06:01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7.3 © 뉴스1 허경 기자

국내 양대 통신사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토큰 팩토리'를 낙점하고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겉보기엔 유사한 영토 확장 경쟁처럼 보이지만, 두 회사가 정의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지향점은 차이가 있다. '토큰(AI 데이터 처리 단위)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SK텔레콤과, 생산된 토큰을 유통·과금하는 '중개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KT의 패러다임이 서로 맞붙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손잡은 SK텔레콤의 초대형 '토큰 생산 공장'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력과 데이터를 원료로 AI 핵심 단위인 토큰을 지속해서 찍어내는 지능형 공장, 이른바 'AI 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시대의 새로운 경제 단위로 토큰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인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현재 월간 5경 개 수준인 글로벌 토큰 소비량이 향후 4년간 120경 개로 24배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비용이다. 급증하는 토큰 비용은 AI 비즈니스의 최대 병목으로 꼽힌다. AI 과금 체계가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토큰 비용 구조를 효율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러 AI 모델을 교차 사용하며 생기는 운영 복잡성도 문제다. 여기에 빅테크 종속에 따른 주권·보안 위험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SK텔레콤은 하드웨어 스케일과 물리적 인프라 최적화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양사의 AI 인프라 로드맵을 검토하고 그룹 차원의 협력을 전격 합의했다.

이번 협력에서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DGX' 기반 인프라를 토대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범용 컴퓨팅과 데이터 스토리지에 국한됐던 기존 데이터센터의 개념을 뛰어넘는 차세대 지능형 공장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고성능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파트너 생태계인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NCP)'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저 토큰 비용'과 '와트당 최고 성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 등이 함께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로도 연결된다.

SK텔레콤이 구상하는 AI 팩토리는 오는 2027년 한국에서 첫 가동을 시작한다.향후 GW(기가 와트)급 규모로 확대해 나가며, 아시아 전역으로 AI 인프라를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열린 AX Platform Company(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컴퍼니)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핵심 전력을 발표하고 있다. 2026.7.6 © 뉴스1 김진환 기자

과금 역량 극대화한 KT '토큰 유통 플랫폼'
KT는 SK텔레콤과 같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당장 현실적으로 1GW 규모의 '토큰 팩터리'를 증설하겠다는 '수요 중심'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대신 '토큰 유통 및 과금 플랫폼'이라는 소프트웨어적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SK텔레콤이 토큰을 대량 생산하는 기지 자체에 집중할 때, KT는 이미 생산된 토큰을 기업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정산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토큰팩토리'가 그 실체다. KT는 수십 년간 고도화해 온 통신 요금 과금·정산 역량을 활용해 기업 고객에게 최적의 생성형 AI 모델을 중개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가벼운 연산은 저렴한 AI 모델로, 무거운 연산은 고성능 AI 모델로 자동 분배·연결해 주는 일종의 'AI 요금 정산소'다.

KT는 통신망 운영에서 축적한 초정밀 과금·정산 역량을 바탕으로 전국에 분산된 1GW 규모의 AIDC와 자체 모델을 포함한 토큰 최적화 엔진을 결합한다. 이를 통해 토큰의 생성·중개·과금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KT의 대표 AX(AI 전환) 사업 모델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케이뱅크, BC카드 등 금융 계열사의 인프라를 얹어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도 더했다.

패권의 숨은 열쇠…'전력 수급'과 '냉각 기술'
향후 AI 팩토리 운영의 최대 격전지는 전력 수급과 열 관리(냉각)가 될 전망이다. 초고성능 GPU가 내뿜는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해 기존 공랭식을 넘어선 액체냉각 기술 도입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엄청난 전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오는 능력이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산에너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수도권의 전력 포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거점에 얼마나 안정적인 전력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한 공간 대여를 넘어 전기 공급 능력과 초고효율 냉각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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