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신호만으로 광학기능 바꿔···'우주센서' 개발 성큼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9:01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공대 연구진이 단일 초소형 광학 칩이 전기 신호만으로 열영상 센서, 분광기, 적외선 카메라 등 다양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김현정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주에이전 후(Juejun Hu) MIT 교수 연구팀과 빛을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제어하는 초소형 광학 칩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왼쪽부터)코스민 콘스탄틴 포페스쿠 MIT 박사, 주에이전 후 MIT 교수, 김현정 KAIST 교수.(사진=KAIST)
(왼쪽부터)코스민 콘스탄틴 포페스쿠 MIT 박사, 주에이전 후 MIT 교수, 김현정 KAIST 교수.(사진=KAIST)
연구의 핵심은 하나의 광학 칩이 전기 신호만으로 다양한 센서 역할을 하게 만든 것이다. 기존에는 새로운 임무를 할 때마다 광학 필터와 센서를 새로 제작해야 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를 교체하지 않고도 센서 기능을 바꾸는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defined) 센서’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메타표면(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미세 구조를 이용해 빛의 세기와 방향, 파장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초박형 광학 구조) 기반의 투과형 중적외선 공간광변조기다. 공간광변조기는 빛이 얼마나 통과하고 어떤 형태로 전달될지를 픽셀 단위로 조절하는 광학 소자다. 연구팀은 각 픽셀을 전기적으로 독립 제어했다.

기존 중적외선 공간광변조기는 대부분 빛을 반사시키는 방식이거나 많은 픽셀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워 위성 센서나 초소형 분광기, 적응형 광학계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기 신호를 받으면 빛이 통과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광학 상변화 소재(PCM, Phase Change Material) 인 GSST(Ge₂Sb₂Se₄Te, 게르마늄-안티모니-셀레늄-텔루륨)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AI로 생성한 연구 이미지.(자료=KAIST)
AI로 생성한 연구 이미지.(자료=KAIST)
이 소재는 전기 신호를 한 번 받으면 상태가 유지돼 전원이 꺼져도 계속 같은 성능을 유지하는 비휘발성(Non-volatile)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필요가 없어 전력 사용이 제한적인 위성이나 우주탑재체에 적합하다.

광학 칩의 픽셀 수가 많아질수록 선택한 픽셀 외에 다른 픽셀에도 전류가 흘러 원하지 않는 픽셀까지 함께 작동하는 기생 경로(Sneak Path)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각 픽셀에 ‘실리콘 PIN 다이오드(원하는 픽셀에만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반도체 소자)’를 적용해 원하는 픽셀만 정확하게 선택해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6×6 픽셀 배열의 모든 픽셀을 독립적으로 제어하고 원하는 광학 패턴을 구현했다. 또한 약 1만 6,700회 이상 반복 구동 후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 기존 기술보다 약 13배 높은 내구성 을 입증했다.

이번 소자는 ‘실리콘 포토닉스(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광학 소자를 제작하는 기술)’ 기반으로 제작돼 향후 수백에서 수천 개 이상의 픽셀을 갖는 대형 광학 칩으로 확장하기 쉽다. 앞으로는 메타표면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 빛의 방향과 편광까지 자유롭게 제어하는 범용 재구성 광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광학도 소프트웨어처럼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 이다. 즉 하나의 센서를 여러 종류의 센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위성과 우주탑재체는 물론 발사체 상태진단, 우주정거장 열 감시, 우주 제조 공정 계측, 적외선 영상, 광통신 등 다양한 광학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정 교수는 “새로운 광학 소자를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광학 칩이 임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센서’ 시대의 기반을 제시했다”며 “MIT의 나노포토닉스와 KAIST의 우주 센서 기술을 결합해 우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7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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