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관에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AI가 기존의 연구 보조 도구나 코파일럿(Copilot)을 넘어 과학자의 지적 영역 일부를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에이전트 간 충돌, 실제 연구 환경과의 괴리, 신뢰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연구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새로운 연구 방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용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과학AI연구센터 운영단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전문가들에 따르면 AI는 인간의 계산을 대신하는 기술에서 출발해, 이제는 지능을 모델링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인간 뇌 구조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구현을 시도했지만 한계를 드러내며 ‘AI 암흑기’를 겪었고, 이후 컴퓨터와 수학 기반의 데이터 모델링 연구로 방향이 전환됐다.
이후 AI는 과학 연구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구글은 데이터 기반 AI를 활용해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며 자연현상 모델링 분야에서 AI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에는 대형언어모델(LLM)이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며, AI는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지적 판단을 수행하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가설부터 논문까지…‘AI 과학자’ 시대 열린다
최근에는 ‘AI 과학자(AI Scientist)’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2024년 사카나AI는 연구 아이디어 생성부터 알고리즘 구현,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역시 스스로 코드를 수정·검증하며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경로를 제시하는 등, AI가 문제 해결을 넘어 해결 방법 자체를 탐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유용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과학AI연구센터 운영단장은 “AI는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시뮬레이션, 실험, 논문화까지 연구 전 과정을 에이전트와 함께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도 AI를 활용한 과학 발견과 경제·안보 혁신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을 돕는 AI에서 스스로 연구하는 AI로
AI 기반 과학 연구는 과학을 돕는 AI(AI for Science)에서 ‘스스로 연구하는 AI(Agentic Science)’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AI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며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주체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초기 AI for Science는 논문 검색·요약, 데이터 분석 등 연구자를 지원하는 ‘딥 리서치’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알파폴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처럼 AI가 실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연구 과정 전반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가설 수립과 실험 검증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과학 연구의 핵심인 관찰·가설·실험·검증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 능력과 신뢰성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현성과 실행 능력 부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동일 연구를 다시 수행했을 때 성공률이 1.8% 수준에 그치고, 실험 코드 실행 실패율도 40%를 넘는 것으로 보고됐다. AI가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연구를 설계하지만, 실제 연구 현장의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X전략실장은 “최근 국제학회 ICML 2026에서도 AI for Science 관련 연구가 전체 논문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생성’ 중심에서 ‘검증’ 중심으로 연구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복잡한 연구 과정에서 AI가 맥락을 잃거나 일관되지 않은 판단을 내리는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