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인세 10%, 한국은 최대 70%"…만화 강국도 놀란 K-웹툰의 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전 07:11

양세준 작가가 지난 6일 도쿄의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양세준 작가가 지난 6일 도쿄의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도쿄(일본)=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일본 출판만화는 보통 작가 인세가 10%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 웹툰 플랫폼은 작가가 최대 70%까지 가져가는 계약을 맺습니다. 콘텐츠 창작자가 수익의 70%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웹툰 ‘서북의 저승사자’, ‘보스 리턴’ 등을 연재한 현직 작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인 양세준 작가는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웹툰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창작자 중심의 수익 구조’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 작가들이 일본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기회를 얻어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 플랫폼을 통해 일본은 물론 북미와 동남아까지 작품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시대가 됐다”며 “한국 플랫폼이 글로벌 진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 각도까지 고치는 일본, 끝까지 믿어주는 한국”…창작 문화도 달랐다

2012년부터 약 3년간 일본에서 연재한 경험이 있는 양세준 작가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로 창작자를 대하는 문화를 꼽았다.

그는 “일본 만화의 큰 경쟁력인 전문 편집자는 작품을 든든하게 지원해 주지만, 서포트와 참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한국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하던 입장에서는 손의 각도 하나까지 세세하게 의견을 주다 보니 답답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연재 환경도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양 작가는 “일본은 잡지라는 한정된 ‘부동산’에서 경쟁하는 구조라 인기를 얻지 못하면 ‘출판 만화 연재를 종료해 달라’는 이야기가 비교적 빨리 나온다”며 “반면 네이버웹툰 등 국내 플랫폼은 조회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작품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가 자신이 구상한 대로 작품을 완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분위기는 한국 웹툰 플랫폼에 잘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일본 출판사 찾아다녔지만…지금은 한국 플랫폼 타고 세계로”

해외 진출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한국 작가가 한국인 편집자가 있는 일본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니고, 번역 아르바이트를 따로 구해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플랫폼에 연재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일본과 북미,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 번역·서비스된다.

양 작가는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은 웹툰을 연재하면 해외에 나가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라며 “플랫폼들이 해외 시장을 열어주면서 작가들은 같은 작품을 그리면서도 훨씬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만화 시장도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작가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일본 만화 시장에는 돈을 내고 만화를 사 보는 ‘찐 오타쿠’들만 남아 있었다”며 “하지만 전자책 시장이 열리고 웹툰이 들어오면서 만화에 큰 관심이 없던 라이트 유저들이 신규 독자로 대거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일본에서도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 하나의 시장을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신기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독학으로 뚫던 만화 왕국…이제는 한국 플랫폼 앉아서 글로벌 수출

다만 이러한 국내 창작자의 현장 체감과 별개로, ‘대박 중심’의 한국 웹툰과 ‘단행본 기반’의 일본 출판 만화는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 단순 수치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본 전통 출판 업계는 기간 단위 전속 계약 대신 작품별로 계약을 맺으며, 페이지당 1만~1만 5000엔 선의 고정 원고료를 지급해 단행본 판매 전에도 월 30만~45만엔 수준의 안정적인 기초 수입을 보장하는 촘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결정적인 차이는 메인 수익 모델이다. 국내 작가들이 플랫폼 내 유료 정산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는 반면, 일본 작가들은 최대 만화 출판 시장인 일본에서 출판사가 찍어낸 ‘발행 부수’ 전체를 기준으로 정산받는 10%의 단행본 인세를 진짜 수입원으로 여긴다.

한국 웹툰의 대박 사례만 보고 일본의 인세 구조를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연재 단계에선 고정 원고료로 생활을 유지하고 흥행 시 거대한 종이 만화 시장을 통해 확산 수익을 거두는 등 양국의 비즈니스 뼈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해석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