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망가, '韓 도전만화' DNA로 日 신인작가 생태계 키운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전 07:21

사타 하나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에디토리얼팀 리드가 지난 6일 도쿄 미나토구 소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오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사타 하나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에디토리얼팀 리드가 지난 6일 도쿄 미나토구 소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오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도쿄(일본)=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라인망가에 요구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작품의 색깔을 한정하지 않고, 작가의 주체성과 쓰고 싶은 것을 최우선으로 존중해 자율적인 연재 환경을 지원한 결과들이 글로벌 미디어믹스 흥행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타 하나 디지털 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 에디토리얼팀(인디즈 담당) 리더는 지난 6일 일본 도쿄 미나토쿠 소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오피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웹툰의 성공 모델인 자율 투고 플랫폼 ‘도전만화’ 시스템이 일본 현지 서비스인 ‘라인망가 인디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현지 신인 작가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라인망가 인디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담 조직의 유무다. 사타 리드는 “인디즈 전담 팀이 조직으로서 별도 구축돼 운영되는 사례는 현재 일본 만화 업계를 둘러보아도 그리 흔치 않다”며 “일본엔 저희보다 작품 규모가 큰 투고 플랫폼들이 있지만, 만화 단독 투고 공간으로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리소스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공모전을 개최하는 곳은 저희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사타 리드는 현지 시장의 냉정한 판세도 짚었다. 그는 “서비스 규모로만 보면 일본에는 슈에이샤(집영사)라는 거대 출판사가 있고, 그곳이 운영하는 ‘점프 루키+’라는 투고 공간이 있다”며 “그곳은 슈에이샤를 동경하는 작가들이 워낙 많다 보니 아마 우리보다 10배 정도 많은 작품이 모이는 장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역시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규모를 갖춘 장소가 되고 싶다”며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세심한 운영 체제를 갖추고 작가들에게 지속적이고 다양한 공모전 기회를 늘어놓는 것이 라인망가만의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독단적 판단 지양하는 집단 검토…원석 발굴하는 ‘비밀 시트’

라인망가는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투고작을 전수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편집자가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집단 검토 시스템을 취한다. 사타 리드는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비밀 스프레드시트’가 있는데, 편집자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시선을 거치게 한다”며 “이야기의 접근 방식이 신선하다거나, 이전 투고작보다 발전된 부분이 보이는 원석이 발견되면 여러 명이 댓글을 남기며 뜨겁게 논의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대형 출판사 편집자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작품을 픽업해 오는 것과 달리, 우리는 팀 전체가 함께 검토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라인망가 내부의 심사 프로세스는 단판 승부형 공모전과 궤를 달리한다. 사타 리드는 “우리는 공모전 한 번으로 작가를 ‘외줄낚시(공모전 한 번으로 계약하는 방식)’하는 방식을 지양한다”며 “공모전은 투고를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일 뿐, 작가들이 주기적으로 인디즈 공간에 작품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계약과 연재로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라인망가의 비전을 담은 포스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제공)
라인망가의 비전을 담은 포스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제공)
장르의 경계를 허문 다양성 역시 라인망가 인디즈의 무기다. 기존 일본 대형 출판사들은 매체별로 접수하는 장르가 한정적인 반면, 라인망가는 소년·청년·소녀 만화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라인망가 측은 정기적으로 일본 현지 오프라인 아마추어 행사에 ‘출장 편집부’ 형태로 참여해 신인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내 웹툰 분업화 추세에 맞춘 변화도 감지된다. 사타 리드는 “최근 2년 사이에 저희가 분업제 웹툰 스튜디오를 시작했다는 인지도가 확산되면서,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는 이들 외에도 콘티나 원작 등 본인이 잘하는 개별 역량으로 라인망가와 협업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간섭 줄이고 주체성 높이고…만화가 수익 다각화 시대의 새 문법

특히 라인망가는 기성 만화 산업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작가의 주체성을 100% 보장하는 ‘인디즈 연재’ 프로그램을 올해 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사타 리드는 “순수하게 취미로 그리거나 편집자의 과도한 간섭에 피로감을 느껴 일부러 담당 편집자가 배정되지 않는 플랫폼을 찾는 작가들의 니즈가 있다”며 “실제 한 개그 만화 작가님은 작품은 본인이 책임을 지고 만들 테니 플랫폼은 프로모션과 서포트 역할만 해달라고 하셨는데, 이것이 만족스러운 협업 모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웹 환경에서 작가 스스로 수익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시대인 만큼, 주역인 작가가 앞에 서고 사업자가 뒤에서 지원하는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늘고 있다”며 “단적으로 말해 기존 정식 연재에 비해 초기 고정 보수(원고료)는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작가에게 요구하는 필수 페이지 수도 적기 때문에, 신인 작가들이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연재에 참여할 수 있는 완충대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초기에는 앱 구동 후 최소 두 번 이상 버튼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어 독자 노출 기회가 물리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안에서도 작품의 우열은 가려지며, 좋은 원석은 어느 순간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정식 서비스 레이어로 승격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애니화에서 영화화까지…일본 현지 생태계 선도하는 IP 전초기지

이처럼 작가의 창의성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생태계는 글로벌 미디어믹스 흥행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함께 자리한 라인망가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 등에서 웹툰 원작 기반의 영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인디즈 플랫폼 투고작 출신인 ‘선배는 남자아이’의 경우 정식 연재로 이어져 글로벌 각국에 배포됐고, 애니메이션화에 이어 극장판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다각도의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성공 사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또 슈에이샤와 협업해 인디즈에서 발굴한 ‘얼음 성벽’ 역시 애니메이션화돼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최근 최종 결과를 발표한 ‘라인망가 웹툰 대상 2025’ 역시 정식 연재권과 함께 1000만엔의 상금을 수여하며 신인 발굴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현지에서 기획·제작된 오리지널 웹툰 ‘크레바테스’가 지난 8일부터 TV 애니메이션 시즌 2 방영에 돌입하는 등 현지화 성과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추세다.

라인망가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에 구축된 작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을 넘어, 일본 현지 아마추어 작가들의 주체성을 살려 원석을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IP로 키워내는 전초기지로서 현지 웹툰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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