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얼어붙은 ‘바이오 동전주’의 생존 셈법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9일, 오전 08:02

그래픽= 챗GPT
그래픽= 챗GPT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제약·바이오 저가주들이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달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돼서다. 특히 당장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는 주식병합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병합만으로 근본적인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는 없는 만큼, 향후 실적과 사업 성과가 증시에서의 생존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아제약, 프롬바이오, 피플바이오, 노을, 샤페론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주식병합을 결정했거나 관련 안건을 토대로 주주총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상장 유지 기준이 크게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통해 이달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45거래일 이상 주가가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시가총액 기준도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코스피는 300억원 미만일 경우 상폐 심사 대상이 된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이 기준이 코스닥 300억원, 코스피 500원으로 한층 더 높아진다.



◇상폐 문턱 높아지자 줄줄이 ‘주가 지키기’

이 같은 조치를 앞두고 주식병합 절차가 한창인 기업 중 하나는 조아제약이다. 조아제약은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5주를 액면가 2500원의 보통주 1주로 합치는 안건을 가결했다.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통한 주가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조아제약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총 42%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병합에 따라 조아제약의 발행주식 수는 약 3098만주에서 약 620만주로 줄어든다. 이에 다음 달 5일부터 26일까지 거래가 정지되고 27일부터 병합 신주의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같은 날 프롬바이오도 임시주주총회에서 주가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5대 1 주식병합 안건을 가결했다. 액면가는 100원에서 500원으로 올라가며 발행주식 수는 2831만주에서 566만2000주로 감소한다. 이에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 뒤, 10일 병합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본업 회복이 더딘 가운데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자 경영진도 주가 방어에 직접 나섰다. 프롬바이오는 올해 1분기 약 3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전년 동기보다 1.4배 넘게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심태진 프롬바이오 대표이사는 지난달 자사주 13만주를 매수한 데 이어 15만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피플바이오는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2대 1 주식병합을 추진한다. 병합이 가결되면 액면가는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라가고, 보통주 발행주식 수는 2432만660주에서 1216만330주로 줄어든다. 매매거래 정지 기간은 다음 달 3~30일이며, 병합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다음 달 31일이다.

노을과 샤페론도 하반기 주식병합 대열에 합류했다. 노을은 오는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5주를 1주로 합치는 안건을 추진한다. 발행주식 수는 5129만1323주에서 1025만8264주로 줄어들 예정이다. 안건 가결 시 다음 달 20일부터 거래가 정지되며, 병합 신주 상장은 9월 7일로 예정돼 있다.

샤페론 역시 5대 1 주식병합을 추진한다. 다음 달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되면 액면가는 500원에서 2500원으로 변경되며 발행주식 수는 4624만3031주에서 924만8606주로 줄어든다. 거래는 9월 4~28일 정지되며 병합 신주 상장은 9월 29일로 예정됐다.



◇주가는 올려도 시총은 그대로…결국 ‘수익성’ 관건

문제는 주식병합이 근본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는 조치는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5대 1 병합의 경우 주가는 5배 높아지지만, 발행주식 수가 5분의 1로 감소해 시가총액에는 변화가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조치로 당장은 동전주 상폐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내년 300억원까지 높아지는 코스닥 시가총액 문턱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며 “제도 개선 역시 결국 실적과 사업 성과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명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주식병합에 나선 5개 기업의 사업 체력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기준 조아제약은 매출 580억원에 영업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프롬바이오는 매출 규모가 722억원으로 가장 컸지만 영업손실 역시 186억원에 달했다. 피플바이오는 매출 29억원, 영업손실 84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사업 성장 경로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곳은 어디일까. 먼저 조아제약은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어 비교 대상 5개 기업 가운데 매출 대비 적자 규모가 가장 작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주가를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을 넘어 수익성 개선 동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프롬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서 연간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등 신규 성장 동력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높은 매출에도 2023년 154억원, 2024년 243억원, 지난해 186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신규 바이오 사업의 성과를 기다리기에 앞서 당장의 수익성 회복이 선결 과제인 셈이다.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혈액검사 키트 '알츠온'(AlzOn)을 2018년부터 상용화한 이후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매출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23년 45억원 수준에서 2024년 25억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도 2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알츠온의 실제 검사 건수와 매출 확대 속도를 증명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샤페론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등 임상 파이프라인 성과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구조다. 지난해 매출이 2억원에 불과한 만큼 아직 안정적인 상업화 사업 기반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 진전이나 기술이전이 실제 현금 유입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 조달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노을은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의 해외 공급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성장 경로로 꼽힌다.

마이랩은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검체 전처리부터 디지털 이미지 촬영, AI 분석까지 자동화하는 진단 플랫폼이다. 말라리아 진단 솔루션 'miLab MAL'을 시작으로 혈액분석 'miLab BCM' 등으로 검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같은 장비 기반에서 진단 메뉴를 늘리는 플랫폼 전략인 만큼 설치 장비 증가와 검사량 확대가 소모품 등 반복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기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과 다른 부분이다.

해외 공급망도 넓히고 있다. 노을은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등에서 마이랩 공급과 현지 유통망 확보를 추진해 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베냉 등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혈액분석 제품 역시 중남미와 유럽, 동남아시아로 판매 지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에 실제 노을의 매출은 2023년 27억원에서 2024년 16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51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비교 대상 5개 기업 가운데 최근 1년간 가장 뚜렷한 매출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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