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3차원 해양 예측 모델 'KIST-Ocean'의 추론 구조. 대기 조건과 현재의 해양 상태를 입력해 5일 뒤 바다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다시 입력하는 과정을 40차례 반복해 최대 200일 뒤까지 계산한다. (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그래픽처리장치(GPU) 단 1장으로 200일간의 전 세계 바다 변화를 수초 만에 계산하는 인공지능(AI) 해양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후탄소순환연구단 강대현 박사 연구팀이 AI 기반 전 지구 해양 예측 모델 'KIST-Ocean'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해양은 대기보다 많은 열을 오랫동안 저장하며 엘니뇨·라니냐를 비롯한 계절·장기 기후 변동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기존 해양 예측 모델은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풀기 위해 슈퍼컴퓨터와 긴 계산 시간이 필요했다.
KIST-Ocean은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전 세계 3차원 해양 데이터를 학습해 수온과 해류, 염분 등 바다의 상태를 5일 간격으로 예측한다. 수심 600m까지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다.
모델에 적용된 매개변수는 660만 개로 비교 대상 모델의 약 4분의 1 수준이지만 예측 성능은 더 높게 나타났다. GPU 한 장으로 200일치 전 지구 해양 예측 결과를 6~7초 만에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계산 속도를 높였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처럼 막대한 계산 자원을 확보하지 않아도 다양한 대기 조건을 적용한 해양 시뮬레이션을 반복 수행할 수 있어 기후 연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바다의 상태를 빠르게 그려내는 데서 나아가 바람 변화에 따른 해양의 반응까지 기존 물리 법칙에 맞게 재현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KIST-Ocean이 바람에 따른 해양의 물리적 반응을 재현한 결과. 왼쪽은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로스비파의 전파 속도를 이론값과 비교한 그래프이며, 오른쪽은 반시계·시계 방향 바람에 따른 해수의 발산·수렴과 수온 변화를 나타낸다. (KIST 제공)
연구진은 특정 해역에 가상의 바람을 일으키는 실험을 통해 모델의 물리 재현 능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바람에 따라 발생하는 해양 파동과 바닷물이 위아래로 이동하는 용승·침강 현상이 해양물리 이론과 일치했다.
2015년 발생한 슈퍼 엘니뇨의 발달 과정도 재현했다. 당시 바람 조건을 입력하자 중·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지만 평년의 바람 조건을 적용했을 때는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KIST-Ocean을 대기 예측 모델과 결합하면 엘니뇨·라니냐 등 기후 변동을 수개월에서 수년 앞서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농업·수산업·에너지·방재 분야의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대기 조건을 외부에서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기와 바다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결합 모델을 구축하고 실제 장기 기후 예측 성능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강 박사는 "AI 예측이 높은 효율성과 정확도를 보일 뿐 아니라 대기와 해양 사이의 복잡한 물리적 관계도 현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후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ST-Ocean에 2015년 당시 바람 조건과 평년 바람 조건을 각각 입력해 적도 태평양의 변화를 비교한 모습. 2015년 바람을 적용한 왼쪽에서는 중·동태평양 수온이 상승하며 엘니뇨가 발달했지만, 평년 바람을 적용한 오른쪽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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