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에너지’ 핫 전자 잡았다…망간으로 태양광 촉매 효율 10배 높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27일, 오전 08: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빛을 받은 반도체에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고에너지 전자 ‘핫 전자(hot electron)’를 화학반응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수조분의 1초 만에 사라지는 핫 전자의 에너지를 망간이 중개해 광촉매 반응으로 연결하는 원리다.

진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사진=UNIST
진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사진=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화학과 진호 교수 연구팀이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빅터 클리모프 박사팀과 공동으로 양자점 내부 망간의 초고속 스핀 교환 현상을 활용한 새로운 광환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Ultrafast Photoreduction Driven by Interfacial Spin Exchange in Manganese-Doped Quantum Dots’다.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을 흡수하면 내부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 핫 전자가 생성된다. 이 전자를 다른 분자에 전달하면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이나 이산화탄소(CO₂) 전환 같은 광환원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핫 전자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에너지를 잃는 한계가 있었다. 일반적인 반도체 양자점에서는 수백 펨토초(1펨토초=1000조분의 1초) 이내에 에너지가 열로 변환돼 화학반응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망간의 스핀 교환으로 핫 전자 에너지를 광환원 반응에 쓰는 원리. 사진=UNIST
망간의 스핀 교환으로 핫 전자 에너지를 광환원 반응에 쓰는 원리. 사진=UNIST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셀렌화카드뮴(CdSe) 양자점 내부에 자성을 가진 망간 이온을 넣었다. 망간 이온이 핫 전자가 포함된 전자·정공 쌍과 초고속 스핀 교환을 일으켜 사라질 뻔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후 망간이 안정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전자를 반응 분자로 전달하도록 한 것이다.

스핀 교환은 전자가 가진 고유 특성인 스핀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에너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에너지 조건에서도 광환원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펨토초 과도흡수 분광법을 이용해 전자와 에너지 이동 과정을 분석했다. 양자점 표면에 전자를 받아 환원되는 메틸비올로젠 분자를 결합한 뒤 망간이 포함된 양자점과 일반 양자점을 비교한 결과, 망간이 들어간 양자점에서는 전자 전달 속도가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

또 고에너지 빛과 저에너지 빛을 각각 조사하는 실험을 통해 핫 전자의 에너지가 실제 반응에 사용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고에너지 빛을 받은 양자점에서만 광환원 반응이 발생하면서 망간을 통한 핫 전자 활용 메커니즘이 입증됐다.

진호 UNIST 교수는 “기존 광촉매는 반도체와 반응 분자 사이의 에너지 준위가 맞아야 전자 전달이 가능했지만, 이번 연구는 스핀 교환을 이용해 핫 전자의 여분 에너지를 활용하면 이런 제약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전환을 위한 차세대 고효율 광촉매 설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에너지 준위 정렬’ 중심 광촉매 설계 방식을 넘어 ‘스핀 자유도’를 활용하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광촉매뿐 아니라 스핀트로닉스, 양자광원, 양자정보소자 등 미래 양자기술 분야에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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