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패권경쟁 속 개방형 AI 놓고 美 실리콘밸리 갈등 격화

IT/과학

뉴스1,

2026년 7월 28일, 오전 06:19


중국의 개방형 인공지능(AI)을 놓고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프런티어(최상위) AI 모델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중국 업체들이 자사의 AI 모델을 증류 방식을 통해 모방하고 있다며 규제론을 펴고 있는 반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AI가 시장 혁신과 경쟁을 촉진한다며 규제에 반대 입장을 폈다.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분열에는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중국의 AI 모델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입장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 규제 문제를 놓고 실리콘밸리의 분열이 극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진영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중심으로 한 폐쇄형 AI 모델 서비스 기업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컴퓨팅 자원 및 오픈소스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먼저 규제론에 불을 붙인 건 오픈AI와 앤트로픽이다. 이들은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문샷 AI가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AI 모델 '키미 K3'를 공개한 뒤 중국 기업들이 '증류' 방식으로 미국 기업의 AI 모델을 모방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키미 K3는 오픈AI의 'GPT 5.6', 앤트로픽의 '페이블5'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여주며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2~3개월 수준으로 좁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두 기업은 최근 미 규제 당국에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물밑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개방형 AI 모델을 놓고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도 포착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민주주의 진영 중심의 AI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AI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선도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반한 AI 발전을 이끌고, 적대국들이 AI에 있어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AI 거버넌스(관리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관련 협력체를 꾸리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반면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빅테크 25곳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오픈 모델 규제를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서명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메타, 구글, 팔란티어, IBM 등 빅테크, 세계 최대 AI 플랫폼 허깅페이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픈 모델은 AI 경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혁신과 보안 경쟁을 촉진한다"며 "개방형 AI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서한 전문을 공개하며 "오픈 모델은 안전과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혁신과 확산을 가속화하며, AI 주권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는 첨단 폐쇄형 모델과 첨단 오픈 모델 모두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오픈소스는 건강한 AI 생태계에 필수적"이라고 게시물을 올렸다.

하루 뒤인 25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우리는 오픈소스로부터 오랫동안 혜택을 받아왔고, 오픈소스에 크게 기여를 해왔다"며 구글도 이번 공개서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차에는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폐쇄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만큼 중국의 개방형 AI 모델의 부상으로 수익 모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수익성 강화를 위해 AI 모델의 토큰 효율성(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쓴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방식의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은 클라우드 서비스, GPU 기반의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만큼 개방형 모델이 확산돼야 AI 활용이 늘고, 자사 플랫폼·인프라 수요가 늘어나는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 간 갈등을 놓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미국 산업 내부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갈등이 실리콘밸리 기술 산업 초창기부터 지속되던 개방형 소프트웨어와 폐쇄형 소프트웨어에 대한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었다.

Ktiger@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