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원 中 휴머노이드의 속살…부품값 900만원, 승부는 ‘움직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29일, 오후 04:38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판매가격이 약 1800만원에 달하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분해해보니 내부 부품값은 약 900만원으로 추산됐다. 카메라와 라이다, 주제어칩 등 상당수 부품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이었다. 수십개의 관절을 제어해 사람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중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G1 기본형의 부품명세서(BOM) 원가를 4만1574위안(약 889만원)으로 추산했다. 세금 포함 판매가격 8만5000위안(약 1817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중유증권은 여기에 조립·가공비 약 3000위안(약 64만원)을 더해 기본형의 매출총이익률을 40.7%로 계산했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 분해도 (사진=중유증권)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 분해도 (사진=중유증권)
◇“원가 66%가 관절…저렴한 감속기로 가격 낮춰”

G1의 원가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관절이다. 보고서는 대형 관절 9개와 소형 관절 14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총 2만7500위안(약 598만원)으로 추산했다. 전체 BOM 원가의 약 66%다. 모터와 감속기, 인코더, 구동보드가 결합된 관절 모듈이 로봇 몸값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셈이다.

유니트리는 관절에 비교적 가격이 낮은 2단 유성감속기를 적용했다. 휴머노이드 업계에서 정밀도와 내구성이 높은 하모닉 감속기가 널리 쓰이지만, 유니트리는 자체 설계한 모터와 구동보드, 운동제어 기술을 결합해 부품 가격을 낮추면서 동작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유증권은 G1의 핵심 하드웨어 상당수가 이미 대량 생산되는 성숙한 부품이라고 평가했다. 깊이 카메라는 인텔 ‘리얼센스 D435i’, 라이다는 DJI ‘리복스 미드-360’, 주제어칩은 락칩 ‘RK3588’을 썼다. 메모리와 저장장치도 중국 부품업체 제품을 조달한다. 부품만 놓고 보면 경쟁사가 구하기 어렵거나 유니트리가 독점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은 아니다.

반면 모터와 구동보드, 운동제어 알고리즘은 유니트리가 자체 개발한다. 보고서는 G1이 빠르게 걷고 뛰거나 충격을 받은 뒤 균형을 회복하는 성능의 핵심으로 자체 운동제어 알고리즘을 꼽았다. 하드웨어 자체의 진입장벽은 높지 않지만 각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20개가 넘는 관절을 하나의 몸처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의 성능은 부품 사양을 단순히 더한 결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행 중 지면 상태가 달라지거나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각 관절의 토크와 위치를 순간적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실제 로봇에서 반복적으로 수집한 움직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어 정책을 보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유니트리가 비교적 저렴한 범용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고난도 동작을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 (사진=유니트리)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 (사진=유니트리)
◇‘몸’보다 알고리즘에 9조원 기업가치

시장은 유니트리의 운동제어 기술과 시스템 통합 능력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 유니트리는 이달 중국 증권당국으로부터 상하이거래소 커촹반 기업공개(IPO) 등록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최소 4045만주를 발행해 약 42억위안(약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 규모와 최소 신주 비율을 기준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기업가치는 약 400억~420억위안, 한화 약 8조5500억~8조9800억원이다. 공모가격과 상장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니트리는 공모자금을 로봇 본체와 신제품 개발, 생산기지 건설뿐 아니라 지능형 로봇 대형모델 연구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의 운동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새로운 작업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이 유니트리를 단순한 로봇 조립업체가 아닌 하드웨어와 제어 소프트웨어, 학습 데이터를 함께 보유한 피지컬 AI 기업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국내 휴머노이드 업계도 학습·제어 소프트웨어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066570)는 가사 수행형 홈로봇 ‘클로이드’에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해석한 뒤 행동하는 ‘감지-판단-행동’ 구조를 적용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에서 얻은 정보와 로봇의 센서 데이터를 결합해 가정환경에 맞는 동작을 수행하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의 이족보행·전신제어 기술에 AI·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 순서를 판단한 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인지·학습·제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조·물류 등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로보티즈)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로보티즈)
로보티즈는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를 모방학습과 강화학습용 개방형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제어 정책을 실제 하드웨어에 적용하고, 연구자들이 학습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휴머노이드 부품이 표준화되고 가격이 내려갈수록 하드웨어만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기는 어렵다. 같은 부품을 사용해도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걷고 새로운 작업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은 몸체를 저렴하게 만들고, 이를 더 정교하고 영리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능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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