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1000만 알뜰폰…정부, '설비 투자' 사업자만 밀어준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8:3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정부가 가입자 1000만명을 넘긴 알뜰폰(MVNO) 시장에 대대적인 ‘옥석 가리기’를 시작했다. 이통3사 망을 그대로 빌려 되파는 부실·영세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밀려나게 하고, 자체 설비를 갖춘 사업자 위주로 판을 새로 짜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알뜰폰 활성화 방안(알뜰폰 2.0)’을 발표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사실상 알뜰폰 업계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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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개 난립 속 258억 적자…‘단순 재판매’의 구조적 한계

국내 알뜰폰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가계통신비 완화에 기여했으나, 내실은 형편없었다. 59개 사업자가 난립했음에도 대부분이 자체 설비 없이 이통사의 요금제를 베끼는 ‘단순 재판매(Simple MVNO)’ 모델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서비스 설계가 불가능해지자 저가 요금제 중심의 출혈 경쟁만 되풀이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2023년 296억 원이었던 알뜰폰 전체 영업이익은 2024년 25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절반 이상인 35개사가 가입자 10만 명 이하의 극도로 영세한 구조이며, 6개사는 폐업을 준비 중이다. 수익성 악화는 ‘먹통 고객센터’와 보이스피싱 취약성 등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졌고, 정부는 단순 숫자 늘리기에서 ‘우수 사업자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알뜰폰 가입자수는 2025년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된 상태다.(사진=과기정통부)
알뜰폰 가입자수는 2025년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된 상태다.(사진=과기정통부)
◇“돈 쓸 사업자만 살린다”…설비 보유 ‘독립형 알뜰폰’에 지원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자체 과금 및 트래픽 관리 설비를 보유해 독자 요금제를 만드는 ‘서비스형(Partial MVNO)’ 및 ‘독립형(Full MVNO)’ 알뜰폰 육성이다.

정부는 하반기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설비 보유형 알뜰폰의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설비 투자 수준에 따라 도매대가를 차등 산정해 인센티브를 준다. 망 연동 의무 사업자도 이통 3사 전체로 확대한다. 또한 타사에 통신 인프라를 재제공하는 ‘MVNE’ 제도를 구체화하고 정책금융을 연계해 오는 2027년까지 설비를 갖춘 알뜰폰사를 3개 이상 대폭 늘릴 계획이다. 스페인이나 일본처럼 독자적 요금제를 갖춘 알뜰폰을 키워 이통 3사와 맞짱을 뜨게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단기 원가절감 지원 속…‘상담원 미달’ 부실 사업자는 퇴출 수순

체질 개선과 함께 단기 지원책도 병행된다. 8월부터 데이터 안심옵션(QoS) 적용 신규 요금제를 도매 제공하고 5G 도매대가를 일부 인하하며, 전파사용료 감면율을 50%에서 90%로 상향해 연간 250억 원의 원가를 절감해 준다.

자연스러운 시장 구조조정도 유도한다. 정부는 전파료 감면율을 이용자 보호 성과와 연계해 차등 적용하고, 최소 상담인력 기준을 ‘가입자 1만 명당 1명(최소 3명 이상)’으로 명시해 영세 사업자를 압박한다. 정기 평가 결과를 대외 공개하고 전수 실태점검을 거쳐 기준 미달 사업자의 퇴출 및 M&A를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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