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100년만의 홍수급"…애플, 메모리 폭등에 대응책 고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후 04:55

Apple. (AFP)
Apple. (AFP)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가격 상승 사태에 대해 “100년 만의 홍수(100-year flood)”라며 애플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애플은 부품 원가 상승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 조치와 대대적인 공급망 다변화 검토에 나섰다.

애플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2분기(회계연도 3분기) 제품 매출원가는 471억 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436억 2000만 달러) 대비 8.1% 늘어났다. 올해 3분기(2025년 10월~2026년 6월)까지의 9개월 누적 제품 매출원가 역시 1638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1470억 9700만 달러) 대비 11.4% 폭증하며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신제품 출하량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원가 상승을 넘어, D램 등 핵심 부품 단가의 급격한 상승이 제조 비용을 직접적으로 밀어 올린 결과다.

원가 압박의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는 단연 메모리 가격 폭등이 지목됐다. 팀 쿡 CEO는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메모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100년 만의 홍수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다”며 “마지못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쿡 CEO는 메모리 구매 단가가 지난 12월 분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3월과 6월 분기를 거치며 폭등했고, 다가오는 9월 분기에는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며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메모리 가격 인상은 애플의 핵심 재무 지표인 총이익률(Gross Margin)을 급격히 갉아먹고 있다. 애플의 3분기 총이익률은 관세 환급 혜택 효과를 제외한 실질 조정 기준 48.1%를 기록했는데, 전 분기 조정 총이익률(49.3%) 대비 하락한 120bp의 원인 중 100% 이상이 메모리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케반 파레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가오는 9월 분기 조정 총이익률 역시 46.5% 수준으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마진 감소분 160bp 역시 100% 이상이 메모리 가격 변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 등 다른 외생 변수보다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이 마진 훼손의 절대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단가뿐만 아니라 자체 시스템온칩(SoC)의 수급 불균형도 원가와 실적을 압박하는 요소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의 수요 폭증으로 인해 핵심 SoC가 생산되는 첨단 공정 노드(Advanced Nodes)의 공급 부족을 겪고 있으며, 9월 분기에는 아이폰·맥·아이패드 전반으로 공급 제약 여파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이러한 원가 폭탄에 맞서 전방위 방어책을 가동 중이다. 비싸진 메모리 비용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수급된 이월 재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제품 부품명세서(BOM)상 메모리를 제외한 비메모리 부품 단가를 낮추는 한편 고사양·고가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는 믹스 개선 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재고자산 규모는 2025년 9월 말 57억 1800만 달러에서 2026년 6월 말 110억 9200만 달러로 약 94% 급증하며 선제적인 재고 축적 노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이월 재고 활용에 따른 상쇄 효과가 9월 분기 이후 점차 소멸될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실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애플은 주로 3개 주요 공급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D램 시장 구조를 탈피하고, 공급 및 가격 안정화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달처 확보를 포함한 모든 유연한 옵션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제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브로드컴과 300억 달러 규모의 커스텀 실리콘 및 무선 기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쿡 CEO는 메모리 수급 불안 및 반도체 단가 상승세와 관련해 “시장의 상황과 가격 변동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며 모든 대응 방안을 지속해서 평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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