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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업무가 많았던 목요일, 직장인 진영 씨를 버티게 한 것은 드라마 '참교육'이다. 퇴근만을 기다렸던 진영 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꺼내든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안식처'를 찾는다.
진영 씨 옆자리에 앉은 은정 씨도 드라마 '김부장' 시청 삼매경이다. SBS가 제작한 드라마지만 은정 씨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를 시청하고 있다.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내용을 챗GPT로 구성한 표
플랫폼이 바꾼 콘텐츠 소비…극장·TV 시대 넘어
'영화는 극장, 드라마는 TV에서 본다'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하물려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 중계도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시대가 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도 일상이 됐다. 국민 10명 중 8명은 OTT를 사용 중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OTT 이용률은 81.8%다. 40대 이하의 경우 무려 96% 이상이 OTT를 이용하고 있다. OTT 이용률은 2023년 77%, 2024년 79.2%로 최근 3년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OTT는 최근 특정 장르만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한층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OTT 이용자의 시청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오락·연예(66.3%)와 드라마(52.4%) 외에도 뉴스(35.1%), 스포츠(30.3%), 시사·교양(21.2%) 등을 폭넓게 시청하고 있었다.
특히 이 기간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용은 전년보다 각각 10.3%포인트(p), 4.4%p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가속한 디지털 전환이 콘텐츠 경계를 허물었다고 진단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코로나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이뤄지면서 사회 전체가 디지털화됐고 이에 따라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 미디어 분야"라며 "소비자들은 같은 콘텐츠를 OTT에서도 보고 TV에서도 보고 플랫폼 중심으로 미디어가 변화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산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OTT가 주요 콘텐츠 소비처이자 유통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방송과 OTT를 가르던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졌다.
과거 영화는 극장 개봉을, 드라마와 예능은 TV방송 편성을 전제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OTT와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획·제작·유통되고 있다. SBS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고 디즈니플러스오리지널 콘텐츠가 MBC에서 송출되는 등이 대표적이다.
즉 과거 다른 생태계에 속했던 방송사업자와 OTT는 이제는 같은 콘텐츠 시장의 플레이어로 경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같은 시장 다른 규제"…콘텐츠 산업, 법·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정부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서 지난달 발간한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글로벌 OTT 플랫폼 이용자라 하더라도 자체 제작 콘텐츠(오리지널)뿐 아니라 외부 스튜디오와 방송사 콘텐츠를 폭넓게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 전략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반면, 디즈니 플러스·HBO Max·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외부 제작사 및 계열 스튜디오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발간된 방미통위 '202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는 방송사업자와 OTT 사업자가 콘텐츠 확보와 제작을 놓고 이미 같은 시장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고시장에서도 같은 광고 예산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다.
콘진원의 '글로벌 OTT 사업자별 광고전략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넷플릭스의 2026년 상반기 광고 수익은 2025년 전체 광고 매출인 15억 달러를 이미 웃돈다. 넷플릭스는 2026년에 약 30억 달러를 광고 수익으로 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대표적으로 '광고 없는 OTT'로 꼽히지만, 지난 2022년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한 이후 광고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방미통위의 보고서 역시"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통칭하는 OTT 서비스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방송산업 전반의 경쟁구조와 경쟁범위가 변화했다"며 "방송사업자의 매출 감소, OTT 서비스 이용 확대는 경쟁의 범위가 이미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하며 경쟁의 정도는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은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됐지만 정책과 법·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방송과 OTT를 별개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뉴스·스포츠까지 같은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같은 콘텐츠와 광고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 규제 체계는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영화 관련 법률 등으로 나뉘어 사업자 유형별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서로 다른 법률 체계와 규제 적용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자나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규제 형평성 문제가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시장에 맞춰 콘텐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거버넌스와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콘텐츠 산업 정책과 방송·미디어 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실을 기존 법제도가 언제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minj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