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 (AAIC)에서 아리바이오 발표 모습.(사진=아리바이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아리바이오홀딩스(옛 소룩스)가 잇따른 전환사채(CB) 조기 상환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자율이 다소 높게 책정된 CB를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대출로 차환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업계에서는 치매 신약 개발 기업 자회사 아리바이오와 합병 전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리바이오랩 인수 CB 중 25억 조기 상환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지난달 31일 차바이오텍으로부터 25억100만원 규모 CB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75억100만원 규모 5회차 CB를 차바이오텍을 상대로 발행했는데, 이중 일부를 조기 상환키로 한 것이다. 조명 사업을 주로 해왔던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사명 변경과 함께 아리바이오랩(옛 차백신연구소) 인수를 통해 백신 쪽으로 신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이번에 상환한 CB는 아리바이오랩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발행한 CB의 일부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지난 3월 아리바이오랩 지분 14.7%를 약 154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인수 자금 부족분을 현금 대신 CB 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당시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차바이오텍과 아리바이오랩 인수대금 154억원 중 약 75억원은 CB를 활용하는 데 합의했다. 총 계약 구조는 구체적으로 계약금 15억원, 중도금 75억원, 잔금 63억원으로 구성됐다.
◇이자부담 줄이기…리파이낸싱 전략
아리바이오홀딩스의 이번 CB 조기 상환은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번 CB 표면이자율은 4%, 만기이자율은 8%로 상장사 CB 시장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아리바이오홀딩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채권을 빨리 상환할수록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지난 5월 인더머니라는 회사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해 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을 때 표면이자율은 2%로, 차바이오텍을 상대로 발행한 CB 표면이자율 절반 수준이다.
이번 조기 상환은 사채권자인 차바이오텍이 조기상환 청구권을 활용하기도 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차바이오텍은 CB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인 2027년 3월 23일부터 매 3개월마다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이 옵션이 발동하기도 전에 일부를 미리 갚은 것이다.
아리바이오홀딩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사채가 많을수록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상환하는 것”이라며 “이자비용이 더 저렴한 곳에서 자금을 차입해 일부 CB를 상환한 리파이낸싱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리파이낸싱이란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해 더 유리한 조건의 새로운 대출을 다시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일컫는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최근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66억원, 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50%를 밑돌던 부채비율은 82%까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돈만 약 100억원에 달해 이자부담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아리바이오홀딩스가 CB를 조기상환한 것은 벌써 올해 들어 4번째다. 지난 3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약 19억원을, 5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30억원(상상인저축은행 15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15억원)과 42억원(상상인저축은행)을 조기 상환한 바 있다.
◇아리바이오 합병 추진 영향은
아리바이오홀딩스의 이같은 재무관리가 향후 자회사 아리바이오와 합병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2년 전인 2024년부터 양사 합병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번번이 금융감독원 제동에 걸리는 상황이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합병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과 사명을 변경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그동안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주로 해오던 기업으로, 자회사 아리바이오를 통해 치매 신약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코스닥에 상장한 아리바이오홀딩스와 아리바이오를 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합병 계획을 공시한 뒤 지금까지 총 14번의 정정공시를 낸 만큼 양사 합병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합병기일을 기존 7월 20일에서 9월 24일로 미룬 상태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AR1001 상업화 관련 47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옵션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자금 확보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달에는 계약금 전액인 900억원을 푸싱제약으로부터 수령하고, 11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까지 실시하며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아리바이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임상 3상 마무리 작업과 상업화 준비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아리바이오는 오는 11월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학회에서 세부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3상 임상은 13개국에서 15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리바이오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아닌 적격 상장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아리바이오홀딩스와의 합병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바이오홀딩스-아리바이오 합병은 푸싱제약의 자금 활용 측면에서도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리바이오가 푸싱제약으로부터 투자받은 115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 것으로, 여기에는 2028년 6월 30일까지 아리바이오가 적격상장(Q-IPO)하지 못할 경우 푸싱제약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권리가 붙어 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 배당 우선권이 모두 붙은 채권을 뜻한다. 현재 계약상으로는 약 2년 내 아리바이오를 상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적격상장에 해당될 수 있는지는 관건이다. 적격상장이란 단순히 주식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뿐 아니라 투자계약에서 정한 조건까지 충족한 상장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