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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계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방송과 영화, 통신으로 나뉘어 있다.
영화는 OTT에서 개봉하고, 방송사는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공동 제작한다. 하나의 지식재산(IP)은 웹소설과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은 여전히 방송과 영화, 통신으로 나뉘어 있다.
산업은 플랫폼 중심을 넘어 IP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정책은 과거 방송 중심 체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는 IP 산업으로 바뀌었는데…정책은 여전히 '방송 시대'
과거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로 설명되던 미디어 생태계는 이제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과 네트워크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경쟁 구도가 굳어진 반면 콘텐츠는 하나의 IP를 기반으로 웹툰과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반복 확장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실제 '재벌집 막내아들',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하나의 원천 IP가 웹툰과 드라마, 영화로 확장되고, '포켓몬스터', '해리포터', '오징어 게임'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게임과 공연, 상품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화 됐다.
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하나의 결과물이 다시 새로운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자기산업투입계수는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 번 제작한 콘텐츠 IP가 또 다른 콘텐츠 제작의 투입 요소로 활용되면서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콘텐츠 정책 역시 방송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체부가 추진 중인 영상콘텐츠산업진흥기본법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존 영화진흥법과 비디오물 관련 법률 등으로 분산된 체계를 영상콘텐츠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영화와 방송, OTT, 애니메이션,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등 새로운 서비스까지 하나의 산업으로 묶어 제작과 투자, 유통, 해외 진출을 종합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현재 정부 조직은 콘텐츠 산업 진흥은 문체부가, 방송 정책과 이용자 보호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통신망과 플랫폼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담당한다.
OTT는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플랫폼인 동시에 방송사업자와 경쟁하는 미디어 서비스라는 점에서 부처 간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 이러한 시각차는 정책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망 이용대가 법안 논의 당시 문체부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반면, 통신 부처는 네트워크 투자와 이용대가 회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차이를 보였다.
사진은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발전위원회 회의 © 뉴스1 허경 기자
정부마다 통합 시도…관건은 '진흥'과 '규제'의 역할 정립
정부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거버넌스 개편을 시도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IPTV 도입을 앞두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에 대응했다.윤석열 정부 역시 국무총리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범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을 추진했지만 총선 이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고, 마련했던 발전방안 역시 후속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발전위원회(미발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방미통위와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이 참여해 통합미디어법과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등을 논의하는 범정부 협의체다.
다만 업계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의 핵심으로 어느 부처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보다 변화한 산업 구조에 맞게 정책 기능을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콘텐츠 산업은 하나의 IP를 기반으로 제작과 투자, 유통, 해외 진출까지 연결되는 문화산업인 반면, 방송·OTT 정책은 이용자 보호와 시장 경쟁 질서, 사업자 규율 등 규제 기능의 성격이 강하다. 산업 진흥과 미디어 규제를 동일한 정책 틀 안에서 접근하기보다 각각의 기능에 맞게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마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조직 개편이나 소관 조정에 논의가 머물면서 변화한 콘텐츠 산업 구조에 맞는 정책 체계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미디어발전위원회 역시 단순히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데 그칠지, 콘텐츠 산업과 미디어 정책의 기능을 산업 구조에 맞게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마다 거버넌스 개편은 추진했지만 결국 부처 간 권한 조정에서 논의가 멈춘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조직 개편 자체보다 콘텐츠 산업 진흥과 미디어 규제의 역할을 산업 구조에 맞게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minj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