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 제작비 절감 '착시'…주도권, '유통·데이터' 플랫폼 쏠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후 02:51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영상 제작비용과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영상을 제작하는 주체에게 오롯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작 효율성 제고로 발생하는 절감 효과의 최종 귀속처는 단순한 생산 효율이 아니라 ‘이용자 접점’과 ‘성과 데이터’를 쥔 플랫폼 및 제작 도구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7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AI 영상의 산업화와 미디어 산업 재편’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 영상 모델의 발전으로 기획부터 편집, 현지화에 이르는 공정 전반이 자동화되면서 제작 현장의 생산성은 극대화됐다”면서도 “다만 제작비 절감 효과가 제작사의 수익 개선으로 직결되기보다 콘텐츠 공급 과잉과 유통 플랫폼으로의 이익 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던 대형 광고 제작비가 수천 달러 수준으로 낮아지거나, 두 달 넘게 소요되던 소셜 콘텐츠 제작 시간이 단 몇 시간으로 단축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용 절감이 제작사의 실질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절감된 예산은 이익으로 회수되기보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품종 대량 콘텐츠 제작에 재투입되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 배급권을 쥔 유통사가 제작비 하락을 이유로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절감 효과는 온전히 배급사와 플랫폼의 이익으로 흡수되는 구조다.

수익 창출의 축 역시 기존 제작 외주 생태계에서 AI 제작 도구와 유통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인력과 작업 시간에 비례해 지출되던 시각효과(VFX) 및 후반작업 외주비는 SaaS(소프트웨어형 서비스) 형태의 AI 도구 구독료와 API 사용량 기반 비용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는 영상 제작이 활성화될수록 AI 도구 기업의 반복 매출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은 제작 단계까지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메타, 유튜브, 틱톡 등 주요 플랫폼들은 자사 유통망에 AI 제작 및 편집 도구를 직접 결합하고 있다. 시청 유지율, 클릭률 등 축적된 시청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작자에게 유행 소재와 제작 방식을 제안하는 AI 비서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로 인해 콘텐츠 흥행 여부와 광고 집행 성과를 좌우하는 권한이 플랫폼에 더욱 쏠리게 되었다. 광고주와 창작자 모두 플랫폼이 제공하는 성과 데이터와 노출 알고리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AI 영상 산업화의 핵심 승부처는 단순한 모델의 ‘화질’이나 ‘생성 성능’을 넘어, 제작 도구와 유통망, 그리고 이용자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보고서는 “제작 진입장벽이 낮아져 누구나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노출과 수익화를 제어하는 유통 접점을 쥔 플랫폼의 협상력은 더욱 강해졌다”며 “향후 미디어 산업의 가치 창출과 수익 배분 구조는 도구와 유통, 데이터 패권을 쥐고 있는 거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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