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조상연 라이스대 조교수, 조영주 UC버클리 조교수, 이서은 일라이 릴리 연구원. (사진=카이스트)
9일 카이스트가 밝힌 인재 양성의 결실은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실 출신의 조상연·조영주·이서은 씨다. 2014년 학부생 연구 성과로 눈길을 끌었던 이들 3인방은 12년 뒤 미국 유수 대학의 조교수와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인재로 거듭났다.
조상연 미국 라이스대 조교수는 카이스트 학부 1학년 때 연구에 입문해 졸업 전까지 30학점이 넘는 연구학점을 이수했다. 학부 시절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 중 말라리아 광학영상 연구는 국제학술지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 2012년 2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학부생 연구의 힘…美대학 교수·글로벌 빅파마 연구원 배출
이후 MIT-하버드 공동 의과학 과정(HST)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 의대 조교수를 거쳐 올해 7월 라이스대에 부임했다. 조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노레이저 입자와 생체광학기술을 활용해 개별 암세포 및 치료용 세포를 장기간 추적하고 동적 생리기능을 규명하는 차세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조상연 교수는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가다 꺼져 있던 가로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초고해상도 현미경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박 교수님께서 막연한 호기심을 하나의 과학적 질문으로 구체화해주신 덕분에 논문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카이스트 학부 시절의 연구 경험은 화학·물리·공학·생명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후배들에게는 빠른 성과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질문과 호기심을 키워가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영주 미국 UC버클리 조교수는 학부 연구생 시절 홀로그래픽 현미경과 AI를 결합한 가상 염색·진단 연구 등을 수행하며 제1저자 논문만 8편을 발표했고, 학부 연구 성과로는 유일하게 ‘KAIST Agarwal Award’를 수상했다.
◇기술 개발부터 뇌 과학·오픈이노베이션까지 영역 확장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과정 중 셀(Cell) 표지논문을 제1저자로 게재한 그는 올해 7월 UC버클리 조교수로 임용됐다. 광학·유전공학·AI를 융합해 뇌 신경회로와 동역학을 측정·제어하고, 뇌에 복잡한 정보를 입력하는 양방향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조영주 교수는 “현재 제 연구를 이루는 여러 기술적 기반은 학부 연구 기간에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주제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학부에서의 기술 개발 경험과 대학원에서의 현상 발견 경험을 결합해 이전에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뇌의 현상을 연구하고 있으며, 학부 연구 경험은 졸업 이후에도 연구 방향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이서은 리더는 연구실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과 산업을 잇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학부 시절 박용근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기획과 문제 해결 경험을 쌓은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일라이 릴리 신경과학 부문에 합류했다. 현재 유망 바이오텍과의 인수·합병(M&A), 라이선싱, 파트너십을 발굴하고 체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이끌고 있다.
◇연구 전 과정 직접 주도…5년간 679개 과제 성과 지속
이 리더는 “학부 연구 경험은 지식을 쌓는 단계를 넘어, 아직 답이 알려지지 않은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연구방법을 개발하는 탐구의 단계로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며 “그 경험이 지적 호기심을 키워 다음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박사과정의 초석이 됐다. 학부생으로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특권과도 같으니, 기회를 얻는다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보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이들 3인방이 거둔 성과의 바탕에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서 출발하는 카이스트 URP의 교육 환경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URP는 단순 실험 보조 수준을 넘어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총 679개 과제가 수행됐으며,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디바이스(Device), ACS 나노 등 세계 최고 수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특허 출원 등 뛰어난 성과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배충식 카이스트 총장은 “앞으로도 URP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교육 철학은 지금도 연구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박용근 교수 연구실은 최근 5년간에도 병리조직 가상염색 연구 등 4건의 URP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연구주제를 잡아 제1저자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독창적인 연구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박용근 교수는 “카이스트 학부생의 역량은 글로벌 톱스쿨 학생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출발점은 같다. 얼마나 연구에 몰입하고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느냐가 결국 연구역량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