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이달 20일, 스크래핑 금지날 아냐…본질은 '무단 관행' 정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6:22

개인정보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오는 20일 공공 분야 본인전송요구권 시행을 앞두고 ‘스크래핑 전면 금지’ 우려에 대해 스크래핑 자체가 아닌 ‘협의 없는 무단 스크래핑’을 차단하는 것이 정책의 본질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공공기관과의 사전협의를 거친 안전한 스크래핑은 한시적으로 허용되며, 궁극적으로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의 유연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은경 개인정보위 전략기획팀 과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기자단 설명회에서 “8월 20일의 의미는 스크래핑 금지의 날이 아니라 ‘사전협의 없는 스크래핑이 중단되는 날’이자 사전협의 창구가 열리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그간의 제한 없는 스크래핑 관행에 대해 “누가 가져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집 후 보관·관리 체계까지 들여다볼 수 없었던 무방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스크래핑은 대리인이 이용자의 ID·비밀번호나 공동인증서를 넘겨받아 기관 시스템에 접속하는 방식이라 인증정보 유출 위험과 과도한 트래픽에 따른 서버 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마련된 1단계 전환 조치가 바로 ‘사전협의를 통한 약속된 스크래핑’이다. 김 과장은 “사전협의는 대리인이 스스로 신분을 밝히고, 수집한 정보의 적기 파기 및 동의 범위 준수 등 안전 관리 기준을 전송자와 사전에 약속하고 사후에 인지·확인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API 구축 전이라도 최소한의 안전 관리 틀 안으로 들어오게 하므로 기존의 무단 스크래핑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마이데이터 API 이미 존재…관행·보안 부담에 도입 주저”

기업들이 API 도입을 주저하거나 스크래핑에 의존해 온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이어졌다. 일각에서 제기된 ‘API 기술·비용적 장벽’ 오해에 대해 김 과장은 “전자정부법에 따른 공공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대법원 가족관계 정보 등 주요 데이터의 API가 이미 개발돼 있음에도 기업들이 기존 스크래핑 방식을 관행적으로 써왔다”며 “API를 받기 위한 보안 체계 투자나 승인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스크래핑이 편했기 때문으로, ‘API가 없어서 스크래핑을 쓴다’는 것은 100% 진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API 도입 과정에서 소규모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규제 적용 대신 맞춤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과장은 “혁신성은 있으나 보안 체계를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은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대량 정보라도 저장 없이 단순 대조만 하는 서비스는 저장소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며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약속했다.

공공기관의 API 구축 지연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공공기관 입장에선 수요 파악이 돼야 예산을 들여 API를 구축하는데, 그동안 기업들이 스크래핑 사실을 드러내길 주저해 신청이 없었다”며 “이번 개보위 창구를 통해 700여 건의 수요가 드러난 만큼 각 공공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API 구축 스케줄을 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전협의 신청시 연착륙 지원…민사 분쟁 예방·상시 창구 전환

8월 20일 시행 이후 법적 적용 관계도 명확히 정리했다. 사전협의 없는 무단 스크래핑을 강행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직접 위반이라기보다 공공기관의 개정된 이용약관 위반에 해당해 민사상 분쟁 영역으로 다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공공기관이 사전협의 창구를 운영하지 않고 무단 스크래핑을 방치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김 과장은 전했다.

개인정보위는 사전협의를 신청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과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예 조치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달 31일까지 진행되는 3차 사전협의 접수에서는 마이데이터 자격이 없는 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하며, 8월 31일 이후에는 개별 공공기관의 사전협의 창구가 상시 운영된다. 내년 2월 시행되는 민간 분야 역시 동일하게 1단계 사전협의를 거쳐 2단계 API로 넘어가는 연착륙 구조가 적용된다.

김 과장은 “서비스가 급격히 중단되거나 차단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협의를 통해 현행 서비스의 편리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안전한 전송 체계로 바꿔나가는 연착륙이 핵심”이라며 “8월 20일 이후에도 국민이 느끼는 서비스 이용상의 불편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민필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장 역시 “8월 20일은 스크래핑 금지의 날이 아닌 ‘협의 없는 스크래핑 금지의 날’이자 ‘안전한 개인정보 전송의 날’”이라며 “그동안 수면 아래 음성화돼 있던 스크래핑 관행을 제도권으로 올려 양성화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산업 발전과 사이버 보안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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