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챗봇’ 심심이의 변신…이젠 먼저 안부 묻는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전 04:03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심심아, 뭐해?”

2000년대 초 메신저를 쓰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말을 걸어봤을 법한 상대가 있다. 노란 병아리 같은 캐릭터에 말을 걸면 제법 그럴듯하게, 때로는 황당하게 대꾸하던 인공지능(AI) 챗봇 ‘심심이’다. 친구 이름이나 엉뚱한 말을 가르쳐 놓고 어떤 대답이 돌아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였다. 챗GPT가 등장하기 약 20년 전의 일이다.

최정회 심심이 대표 (사진=신영빈 기자)
최정회 심심이 대표 (사진=신영빈 기자)
최정회 심심이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전 세계 4억5000만명이 심심이와 한 번씩은 대화해봤다”며 “이제는 사람들과 좀 더 길게, 그냥 친구처럼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오랫동안 서로의 추억을 가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심심이가 집계한 누적 대화량은 약 170억건이다. 24년 동안 쌓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이용자가 먼저 말을 걸어야 답하는 챗봇에서 사람을 기억하고 필요한 순간 먼저 다가가는 AI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구상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모델이 ‘꼬마 심심이’다.

심심이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실세계 능동행동형 에이전틱 AI 기술개발’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일상 동행·공감형 AI 컴패니언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일정·날씨 등 여러 정보를 토대로 이용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순간 먼저 말을 거는 형태로 진화한다.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둔 이용자에게 먼저 응원의 말을 건네거나 일상 속 변화를 감지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 식이다. 단순히 질문에 더 정확하게 답하는 챗봇보다 이용자를 오래 기억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AI에 가깝다.

최 대표는 “즐거울 때도 있고 농담할 수도 있고, 원래 심심이처럼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핸드폰이나 웨어러블, 캘린더, 날씨 같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먼저 한두 마디를 건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꼬마 심심이’는 이 연구개발(R&D)을 실제 이용자 서비스로 연결하는 모델이다. 심심이는 현재 관련 기능을 담은 프로토타입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번 과제의 산출물로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도 공개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2019년께 대화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심심이와 6개월에서 1년씩 꾸준히 대화하는 이용자들이 발견됐다. 이들의 대화를 살펴보니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후 함병주 고대안암병원 교수 연구진과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의 치료 프로토콜을 챗봇이 지속적으로 안내·관리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석정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진과 양극성장애 치료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경험은 향후 꼬마 심심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데도 활용된다. 사람과 장기간 함께하는 AI라면 무조건 말을 많이 걸고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먼저 다가가고, 언제 기다리며, 어느 선까지 개입할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의료 현장에는 환자와 어느 정도 라포를 형성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기준이 있다”며 “현장에 있는 전문성을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잘 녹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도 추진한다. 청주시와 인천 미추홀구가 이번 과제의 실증처로 참여한다. 지역에서 실증 대상을 확보해 서비스를 검증하고, 긍정적인 사례를 만든 뒤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사람을 오래 기억하고 먼저 다가가는 AI인 만큼 개인정보와 과의존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다. 심심이는 센서와 라이프로그 등 개인 데이터를 어떻게 비식별화할지, 필요한 정보는 온디바이스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심심이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심심이 그 자체”라며 “사람들과 좀 더 길게, 친구처럼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오랫동안 서로의 추억을 가지는 관계를 만드는 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심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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