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생존전략으로 mRNA 수명 3배 증가…백신·치료제 새 해법

IT/과학

뉴스1,

2026년 8월 14일, 오전 12:00

바이러스 RNA 조각의 기능을 대규모로 분석하는 과정. 연구진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만개의 RNA 조각으로 나눈 뒤 각각이 m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mRNA는 우리 몸의 세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설계도'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세포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분해돼 오래 남아 있지 못한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해결해 왔다. 숙주 세포 안에서 자신의 RNA가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여러 생존 전략을 진화시킨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 337종의 RNA 약 20만개를 분석해 이 가운데 mRNA의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조절 요소를 찾아냈다. 이를 선형 mRNA에 적용하자 반감기가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늘었다. 향후 mRNA 백신과 암·희귀질환 치료제의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 연구팀이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RNA 조절 전략을 대규모로 분석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이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바이러스에서 발견한 RNA 조절 요소 '테일론'의 작동 원리. 테일론은 TENT4나 PAP 같은 효소를 끌어들여 mRNA 끝의 'poly(A) 꼬리'를 보강함으로써 mRNA가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mRNA 지키는 '꼬리'…바이러스의 RNA 보호 전략
mRNA 끝에는 아데닌(A)이라는 염기가 길게 이어진 'poly(A) 꼬리'가 달려 있다. 이 꼬리는 mRNA가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시간이 지나 꼬리가 짧아지면 mRNA 역시 불안정해져 사라진다.

바이러스도 숙주 세포 안에서 자신의 RNA가 너무 빨리 분해되면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 일부 바이러스는 이를 막기 위해 mRNA 끝의 '꼬리'를 보호하는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치료용 mRNA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살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0개 염기 길이로 잘라 약 20만개의 RNA 조각을 만들고 각각이 m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이 'Pt1'이다. Pt1은 poly(A) 꼬리를 만드는 'PAP'라는 효소를 끌어들여 짧아진 꼬리를 다시 늘렸다. 쉽게 말해 mRNA를 보호하는 꼬리가 닳으면 이를 다시 보충해 주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RNA 꼬리를 보강해 안정성을 높이는 바이러스의 조절 요소를 '테일론'(tailon)이라고 이름 붙였다.

테일론을 넣은 선형 m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량을 비교한 실험. 테일론을 적용한 선형 mRNA는 일반 선형 mRNA보다 오래 유지됐으며 단백질 생산량은 약 5배 많았다. 원형 RNA와 비교해서는 약 9배 많은 단백질을 생산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반감기 3배·단백질 생산 5배…치료제 적용 가능성
Pt1을 선형 mRNA에 붙이자 poly(A) 꼬리의 아데닌 수는 60개에서 194개까지 늘었다. mRNA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도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길어졌다.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원형 RNA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래 살아남은 만큼 단백질 생산도 늘었다. 테일론을 넣은 선형 mRNA는 일반 선형 mRNA보다 약 5배 많은 단백질을 만들었다. 생쥐 실험에서는 투여 2주 뒤에도 단백질 생성 신호가 남았지만 대조군에서는 하루가 지나자 신호가 거의 사라졌다.

연구진은 코로나19 mRNA 백신에 활용된 변형 염기를 넣은 치료용 mRNA에서도 테일론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mRNA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한 단백질을 더 오래 생산하도록 해 효과 지속성을 높이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mRNA의 반감기가 3배 늘었다고 실제 치료제의 약효가 곧바로 3배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향후 테일론이 실제 mRNA 치료제의 성능을 개선하는지 추가로 검증하고 희귀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테일론을 넣은 선형 mRNA를 생쥐에 투여해 단백질 생산을 관찰한 실험. 테일론을 넣은 경우 투여 2주 뒤에도 단백질 생성 신호가 남았지만, 테일론이 없는 대조군에서는 하루 뒤 신호가 거의 사라졌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kxmxs4104@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