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만개 공급 제한' 비트코인 딜레마…추가보상 논쟁 재점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6일, 오전 10:3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의 최대 공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한 이른바 ‘2100만개 공급 상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HBO 다큐멘터리가 사토시 나카모토의 배후 인물로 지목했던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피터 토드가 비트코인에 영구적인 블록 보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내놓으며, 최근 사토시로 오인됐던 아담 백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 등과 정반대 입장에 섰다.

피터 토드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피터 토드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15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토드는 이번주 열린 비트코인++(Bitcoin++) 콘퍼런스에서 연설자로 나서 마지막 신규 비트코인이 채굴될 것으로 예상되는 2140년 이후에도 채굴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소규모의 비트코인을 영구적으로 새로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은 이 같은 주장이 기술적 논리로 포장된 위험한 함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보상을 받는다. 하나는 새로운 비트코인이 발행되는 블록 보조금(block subsidy)이고, 다른 하나는 블록에 포함된 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다. 그러나 블록 보조금은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며, 2140년께에는 사실상 0이 된다. 이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 비용은 전적으로 거래 수수료로 충당해야 한다.

◇토드 “2100만개 이후에도 영구 블록 보상해야”

토드는 거래 수수료 수입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블록에서 거래 수수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생할 경우 채굴자들이 새로운 블록을 계속 쌓기보다 기존 체인을 재구성(reorganization)해 수수료가 많은 블록을 다시 채굴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토드는 일정 규모의 블록 보상을 영구적으로 지급하면 이런 유인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주장은 비트코인의 영구 유실 물량도 근거로 삼고 있다. 개인키 분실 등으로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비트코인과 신규 발행량을 함께 모델링하면 장기적으로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과 유실되는 비트코인이 균형을 이루면서 전체 공급량이 일정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토드는 영구적인 소량 발행, 이른바 ‘테일 이미션(tail emission)’을 단순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비트코인 공급과 네트워크 보안을 안정시키는 장치로 보고 있다. 그는 이미 소규모 영구 블록 보상을 채택하고 있는 모네로를 사례로 들었다. 모네로는 일정량의 신규 코인을 계속 발행하지만 전체 공급량이 증가함에 따라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져 실질적인 인플레이션율은 계속 0%에 가까워지는 구조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자에게 지급되는 블록 보상은 블록당 3.125BTC다. 앞으로 약 30차례의 반감기가 남아 있는 만큼 반감기가 반복될수록 블록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게 된다. 반면 거래 수수료는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토드 주장의 핵심이다.

◇애덤 백 “잘못된 서사로 사람들 현혹시키려는 주장”

반면 백은 이 같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올해 논란이 됐던 소프트포크 제안인 BIP-110을 사례로 들었다. BIP-110은 블록에서 결제와 무관한 데이터를 걸러내려 했던 제안으로, 백은 이 사례가 논란이 큰 프로토콜 변경을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설득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애덤 백 블록스트림 CEO
애덤 백 블록스트림 CEO
백은 X를 통해 “수법은 단순하지만 잘못된 서사를 이용해 사람들을 자극하고, 매우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BIP-110에서도 ‘JPEG 스팸과 불법 콘텐츠를 막을 수 있지만 개발자들이 장악돼 있어 이를 막지 않는다’거나 ‘레이어2에 반대하는 개발자들이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식의 주장이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BIP-110을 둘러싼 최근 결과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해당 포크는 이달 두 개의 블록을 생성한 뒤 사실상 중단됐다. 채굴자 지지율은 약 2.53%에 그쳐 목표치였던 55%에 크게 미달했다. 백은 몇 주 전부터 BIP-110이 추진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지지자들은 현재 별도의 코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트코인 논평가 트레이 셀러스 역시 비트코인의 공급 일정을 변경하려는 포크는 BIP-110만큼, 또는 그보다 더 크게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세일러도 이와 관련해 특정 진영의 요구에 맞춰 합의 규칙을 변경하기 시작할 경우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중립성(neutrality)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정치적·이념적 논쟁과 별개로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보안 문제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트코인 노츠(Bitcoin Knots) 개발자들은 지난 8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공격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고, 채굴자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둘러싼 논쟁에는 리플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비드 슈워츠까지 가세했다.

이번 논쟁이 기존 프로토콜 변경 논쟁과 다른 점은 당장 결론을 내려야 할 시한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토드의 주장에는 높은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BIP-110은 채굴자들의 협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소프트포크를 제안했지만, 비트코인의 2100만개 공급 상한을 늘리는 것은 하드포크를 필요로 한다. 결국 비트코인 보유자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새로운 공급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향후 거래 수수료만으로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실제 블록 보조금이 사라지는 시점은 2140년께인 만큼,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 논쟁의 최종적인 답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