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바이오넥서스가 'AI 기반 바이오데이터 인텔리전스 및 과학자 에이전트 신약개발 플랫폼'을 앞세워 이 경쟁에 나섰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신약개발은 이제 후보물질 도출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문헌 탐색·오믹스 데이터 분석·가설 생성·실험 설계·사업개발(BD) 전략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제시했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이미지=바이오넥서스)
◇일주일에 가설 하나 → 하루에 수백개
김태형 대표는 국내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1세대로 꼽힌다.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생물학 문제를 응용수학·통계·컴퓨터과학·AI로 다루는 학문으로, 특히 유전체·전사체 등 분자 수준 데이터를 분석해 해석하는 영역이다. 그는 테라젠바이오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인 최초의 유전체 지도와 고래 유전체 지도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20년을 데이터에 매달린 그가 2024년 11월 창업에 나선 것은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해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바이오 데이터는 가격 자체가 진입장벽이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생산 비용은 급격히 낮아졌다. 반대로 그 데이터를 읽어낼 사람의 역량은 그대로였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바이오 분야 데이터는 폭발했는데 연구자가 그 데이터를 해석할 시간과 도구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며 "생성형 AI가 마침내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판단해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넥서스는 그 간극을 메우는 'AI 연구동료'를 개발·운영 하고 있다. 과학자의 사고방식을 모사하는 코어 엔진 '넥서스사이언스(NexusScience)'를 중심으로 맞춤형 연구 검색 도구 '넥서스래그(NexusRAG)', 멀티에이전트 기반 공동연구 플랫폼 '넥서스 코-사이언티스트(Nexus Co-Scientist)', 약물·타깃 분석 플랫폼 '넥서스드러그랩(NexusDrugLab)'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형 바이오 특화 언어모델 'K-BioLLM-30B'도 연내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넥서스 코-사이언티스트는 질환이나 연구 주제별로 수십만편의 논문을 학습한 뒤, 생성·검토·랭킹 등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해 가설을 도출하고 데이터 분석과 실험 설계까지 제안한다. 일례로 GLP-1 유사 물질의 작용기전을 확인하려는 경우 기존 검색은 'GLP-1'이라는 키워드에 머물지만, AI 에이전트는 비만·당뇨병·지방조직과 관련 단일세포(single cell) 데이터까지 맥락을 확장해 찾고 공개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요약까지 마친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6개월 이상 걸리던 일이 반나절 안에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질 탐색을 맡는 넥서스드러그랩은 구조를 분석해 치료 표적으로 적합한지 판단하고, 해당 물질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발현하고 작동할지 예측한다. 실험 횟수 자체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1000개를 실험해야 할 것을 100개로 줄여 검증을 최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연구자가 일주일에 가설 하나를 세울 때 AI는 하루에 수백개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다음 관문은 실험…"최대 2년 걸리던 기간, 최소 1개월로 단축"
김 대표는 넥스트 스텝으로 AI를 활용한 '실험'을 꼽았다. 김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가설은 빨리 나오고 데이터 분석도 하루 이틀이면 가능하지만 문제는 검증"이라며 자율화 실험실을 통해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바이오넥서스는 현재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한 'AI 역노화 연구원'과 자율실험실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AI가 가설 및 실험 프로토콜을 만들고 단백질 합성까지 수행하는 구조다. 펩타이드·항체 제작과 화합물·펩타이드의 세포 반응 실험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로, 장비 세팅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AI가 서열을 최적화해 수백개 조합을 설계하면 실험실이 합성·측정하고, AI가 결과를 다시 해석해 다음 디자인을 제안한다. 김 대표는 "AI를 활용해 문헌 검색, 데이터 분석, 가설 생성, 실험, 결과 해석이 모두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1~2년 걸리던 과정을 1~2개월로 단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임상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험실이 필요한 이유는 속도만이 아니다. 그는 AI가 아직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원인을 학습 데이터에서 찾는다. 지금까지 AI는 논문으로 출판된 성공한 실험 데이터만으로 학습했다. 김 대표는 "실험실을 갖추면 실패 데이터도 학습할 수 있다"며 "지금은 사람이 개입해 걸러내지만, 실패 데이터를 배우면 AI가 전문가처럼 똑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AI가 내놓는 수백~수천개 가설 가운데 전문가가 인정하는 유효 가설은 10% 수준인데 실패 데이터를 학습하면 이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바이오넥서스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디지털 트윈이다. 회사는 80억원 규모 국가과제인 '버추얼 셀(virtual cell)'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세포마다 약물 반응이 다르다는 전제 아래 단일세포 시퀀싱 데이터를 축적해, 실제로 약물을 처리하지 않고도 처리한 것과 같은 결과를 예측하는 가상 세포를 만드는 작업이다. 수십개 세포주(cell line)의 데이터를 만들어 쌓는 것이 우선 과제다. 실험을 하지 않고도 실험 결과를 아는 단계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사업 모델은 플랫폼과 물질…2030년 IPO 목표
바이오넥서스의 사업 모델은 두 갈래다. 연구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과, 플랫폼으로 도출한 물질 자산(에셋)을 직접 개발하는 사업을 함께 끌고 간다. 공동연구 계약은 반기별 10건 안팎으로 진행되며 1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연구단도 포함돼 있다. 계약 시 도출된 물질 자산은 나눠 갖는 구조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과는 AI 가설은 바이오넥서스가, 실험 비용은 협력 기관이 부담하고 특허는 공동 소유하는 방식의 협약을 맺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넥서스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한국생명정보센터(KOBIC),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등과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데이터 큐레이션, 희귀질환 변이 분석,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업스테이지, 리벨리온과는 'NPU 기반 한국어 바이오 AI 연구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정부 과제를 통해 연 2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AI 바이오 기술 도입을 원하는 기관 대상 프로젝트에서도 올해 20억~3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순이익률은 30~40%에 달하고, 정부 과제를 통해 GPU 지원까지 받고 있어 사업 기반이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최근 10억 규모의 시드 투자를 클로징하고 하반기 시리즈A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매년 3배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 2030년 매출 1000억원과 영업이익 3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같은 해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활용한 '대중과학' 구현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는 연구소에서 주로 사용중인 바이오넥서스의 솔루션을 개인이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성을 높여가는 중이다. 김 대표는 "AI와 협업한다면 기존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논문 작성도 일주일이면 가능해졌다"며 "3년 안에 석·박사를 밟지 않아도 누구나 연구자처럼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고등학생도 신약을 개발하고 논문을 쓰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AI 생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