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협회, 식량위기 3대 축 제시…"2031년 그린바이오 10조 시장"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후 07:38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한국바이오협회가 세포배양 미래식품과 정밀품종개발, 기능성 바이오식품을 식량위기 대응의 세 축으로 제시하며 산업화 기반 조성에 속도를 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 디자이너스호텔에서 '2026 바이오푸드 미디어데이'를 열고 국내 바이오푸드 산업의 기술개발·사업화 현황을 공개했다. 기존 방식으로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배양과 유전자편집 등을 활용해 단백질과 작물의 생산 방식 자체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인류가 직면한 주요 위기로 고령화와 기후위기, 식량위기를 꼽을 수 있다"며 "초고령화와 건강 문제에는 바이오헬스,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는 바이오에너지, 식량위기에는 바이오푸드가 대안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는 식량을 단순히 대체하거나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만드는 선택지를 넓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그린진 대표가 회사 기술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이정은 그린진 대표가 회사 기술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곡물 자급률 1.5%…규제 문턱 먼저 넘은 세포배양식품



바이오푸드 육성의 근본 배경은 취약한 곡물 수급 구조다. 2024 양곡연도 기준 쌀 자급률은 96.0% 수준이지만 콩(37.4%)과 옥수수(4.3%), 밀(1.5%)은 저조하다. 닭고기(83.3%)와 돼지고기(72.0%) 자급률은 양호한 편이나 가축 사료용 곡물의 약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공급망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 구조다.

황 본부장은 전쟁이나 물류 마비에 따른 수입 차질, 경작지 확대에 따른 토양·병해충 문제, 가축 사육 증가로 인한 메탄 배출 등을 들며 "전통적인 방식만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제시한 바이오푸드 산업의 핵심 축은 △세포배양 미래식품(단백질 생산 방식 다변화) △정밀품종개발(작물 개선 속도 향상) △기능성 바이오식품(건강 기능 추가) 세 가지다. 정부도 제3차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31년까지 시장 규모 10조원, 선도기업 300개 육성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규제 문턱을 가장 먼저 넘고 있는 분야는 세포배양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말 최종 제품을 식품공전에 등재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식품공전에 유형이 올라야 식품으로 표시·유통·판매가 가능한 만큼, 그동안 국내에는 세포배양식품을 판매할 근거 자체가 없었다. 건별 심사에 그치거나 통합 규정이 부재한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이 표준화된 인허가 경로를 여는 데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양육 공장부터 오가넬 편집까지…"생태계로 연결돼야 산업화"



세포배양식품 기업 씨위드는 소에서 얻은 세포를 해조류 유래 알긴산 지지체에 부착한 뒤 자체 개발한 배양액으로 증식시키는 독자 생산 방식을 발표했다. 공정 자동화와 식물 유래 배양액 적용으로 원가를 크게 낮췄다는 설명이다. 이달 착공하는 공장이 내년 말 완공되면 연 50톤 규모의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금준호 씨위드 대표는 "축산업은 넓은 토지와 많은 사료·물, 긴 사육 기간에 의존해왔다"며 "K푸드의 지난 10년이 라면·김·만두였다면, 다음 10년의 수출 엔진은 우리 기술로 만든 지속가능한 단백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밀품종개발 분야에서는 그린진이 기후변화 대응 유전자편집 기술을 소개했다. 식물 세포 내 소기관(오가넬) 유전체를 편집해 광합성 효율과 병해충 저항성을 높이고, 식물성 단백질의 필수아미노산 조성을 끌어올리는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기존 육종이 자연 발생 변이를 찾아 교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원하는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직접 조절해 개발 기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은 그린진 대표는 "과거의 작물 개발은 확률과 자본에 크게 의존했지만 이제는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정밀품종개발은 식량 생산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작물의 선택지를 넓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성 바이오식품 부문에서는 쎌바이오텍이 성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세계에서 5번째로 유산균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했으며, 유산균이 위산과 담즙산을 견디고 장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이중 코팅' 기술로 장내 생존력을 비코팅 대비 최대 221배 높였다. 55개국에 진출해 13년 연속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약 개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산균이 장내에서 항암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설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대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PP-P8'을 개발 중이며, 서울대병원에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민기 쎌바이오텍 이사는 "지난 30년이 유산균 국산화와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에 집중한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유산균을 약물 전달체로 활용한 항암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방 산업의 기반 조성은 바이오미래식품산업협의회(BFFIC)가 앞장선다. BFFIC는 기업 간 협력 기회 발굴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옥재 BFFIC 운영위원장은 "20년 뒤에도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새로운 생산체계에 맞는 가치사슬과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술·규제·투자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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