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골든타임 잡는다…카카오, AI·X 인적분할 승부수(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1일, 오후 06: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카카오(035720)가 한 회사 안에서 카카오톡·인공지능(AI) 사업과 계열사 관리를 병행해온 구조를 끝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라는 두 개 회사로 나뉜다. 사업 덩치가 커지면서 자회사 현안을 처리하는 데 경영자원이 집중돼 AI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인적분할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주주는 보유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사진=카카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사진=카카오)
◇자회사에 경영자원 쏠려…“AI 타이밍 놓칠 수 없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열린 카카오 인적분할 프레스 설명회에서 최근 5년 카카오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가운데 약 85%인 23건이 자회사 관련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1년 내부 투자심의 32건 가운데 자회사 안건도 84%에 달했다.

김 내정자는 “자회사에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관리하느라 카카오 본체의 경영 자원들은 상당 부분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쓰였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은 최근 2~3년간 카카오에 B2C AI 서비스 사업화와 명확한 수익모델을 요구했지만 자회사 관리 부담이 본체의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판단이다.

AI 경쟁에 대한 위기감도 컸다. 김 내정자는 “지금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며 “이때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B2C AI 서비스의 선도주자가 되는 데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복합기업 할인도 풀어야 할 숙제였다. 국내외 증권사가 평가한 카카오 개별 사업의 합산가치는 34조2000억원인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이다. AI 플랫폼과 금융·콘텐츠·모빌리티에 요구되는 기대수익률과 위험도가 다른 만큼 두 영역을 나눠 각각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AI 승부수’에도 주가 급락…과거 ‘쪼개기’ 불신 먼저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7.49% 하락했다. 회사 분할 결정 공시가 나온 오전 10시4분부터 30분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전 7%대였던 낙폭은 거래 재개 후 13%대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번 분할은 과거 투자자들이 반발했던 물적분할과는 구조가 다르다. 카카오X가 카카오AI를 100% 자회사로 소유한 뒤 다시 상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카카오 주주가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직접 보유하는 인적분할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분할’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과거 계열사 연쇄 상장이 남긴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잇달아 상장하면서 ‘쪼개기·중복상장’ 비판을 받았다. 2022년에는 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이 불과 7개월여 만에 68조원 넘게 줄면서 자회사 상장과 고평가 논란이 투자자 불신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이번 주가 반응은 과거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누적된 시장의 경계심과 향후 두 회사의 적정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먼저 반영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가 의도한 ‘기업가치 재평가’가 실제 주가로 이어지려면 분할 이후 성장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숫자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지주사 전환 계획 없어…CA협의체 체제 종료

카카오는 인적분할 이후 그룹 운영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각각 독립 경영에 나선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며 “기존 CA협의체 같은 공동 조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톡과 계열사 간 사업 협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카카오AI는 자회사 관리 부담을 내려놓고 카카오톡의 AI 전환에 집중한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자회사 관리라는 비중 있는 역할을 분리하면서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 구조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2030년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이상, 카카오톡 체류시간 50% 이상 증가를 목표로 한다. 에이전트 광고·커머스·구독을 수익원으로 키우고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도 5%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 AI 매출 1조원, 카카오AI 전체 매출 6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기존 자회사를 키우면서 새로운 성장축을 찾는다. 자체 투자재원 2조3000억원과 자회사 보유 재원 4조1000억원 등 총 6조4000억원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과 글로벌 팬덤, 로보택시·스마트 물류 등에 투자한다. 미국 등 해외 혁신기업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카카오X 주요 사업 매출은 2025년 5조6000억원에서 2030년 1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김 내정자는 인적분할을 통해 “카카오가 정말 자랑하고 싶었던 성장 속도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번 분할은 AI 시대에 맞는 속도와 책임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양사가 각 사업에 맞는 전략과 자본배분으로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한다”며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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