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의 스킨부스터 '리쥬란' (사진=파마리서치)
◇파마리서치 “PN은 PDRN과 달라…의료기기로 허가 준비”
파마리서치 측은 FDA에서도 리쥬란을 의료기기 트랙으로 허가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모두 의료기기로 허가받고 있다”며 “리쥬란은 PN 성분이고 PDRN과는 성분 자체가 다르다. PDRN은 국내에서도 의약품 성분으로 등재돼 있지만 리쥬란은 PN 성분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 미국 진출 가능 시점을 2031~2032년 전후로 보고 있다. 단 PN 기반 스킨부스터가 FDA에서 허가된 전례가 없는 만큼 임상 등 추가 자료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리쥬란의 작용기전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의약품 트랙을 밟게 될 경우 신약에 준하는 임상 절차가 요구될 수 있어 허가 기간과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PN이 단순히 피부를 물리적으로 채우는 물질이 아니라 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효능을 설명한다면 미국에서 단순 의료기기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세포에 신호를 주는 기전이라면 미국에서 이를 어떻게 의료기기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리쥬란의 약리적 작용을 자꾸 강조할수록 규제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PN과 PDRN이 모두 어류에서 추출한 DNA를 잘게 나눈 물질이라는 점에서 규제당국이 이를 완전히 별개의 물질로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PDRN을 연구하는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PN과 PDRN은 연어 등 어류 DNA를 잘라 만든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같은 물질이고 주된 차이는 DNA 조각의 크기”라며 “기존 문헌에서 생물학적 기전이 제시되는 만큼 의약품적인 성격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 유래 DNA부터 CMC까지 ‘첩첩산중’
동물 유래 DNA라는 원료 특성도 FDA 허가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벽으로 꼽힌다. 리쥬란은 어류에서 추출한 DNA를 가공한 PN을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제품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외래 생물 유래 유전물질의 체내 주입이라는 점에서 원료 안전성과 면역반응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쥬란 원료가 어류에서 추출한 DNA인 만큼 미국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외래 생물 유래 유전물질을 사람 몸 안에 직접 주입하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며 “외래 DNA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 CpG 모티프(CpG motif) 등을 매개로 선천면역계가 이를 인식할 수 있어 추가적인 면역원성 안전성 평가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료 안전성과 면역학적 안전성, 생산·품질 일관성 등을 입증해야 할 텐데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증명하는 것은 ‘지금까지 사용했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허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당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CMC 역시 주요 허들로 지목된다. 어류에서 추출한 긴 DNA를 잘게 절단해 PN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최종 산물이 하나의 일정한 분자량을 갖기보다 다양한 크기의 DNA 조각으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FDA 심사 과정에서 제품의 규격을 어떻게 설정하고 생산 배치마다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중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PN·PDRN 제조 과정에서 원물의 종과 산지, 가공 방식 등에 따라 최종 산물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로트별 일관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DNA를 물리적으로 잘라 만드는 경우 원료 물질의 불균일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FDA에서 CMC와 배치 간 일관성을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요구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임상과 CMC 자료 확보까지 감안하면 미국 허가에 6~10년, 비용도 1000억~1500억원 안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美 진출 전 만료되는 원천특허…후발주자 방어도 숙제
허가에 성공한 이후에도 과제는 남는다. 리쥬란의 기반이 된 파마리서치의 초기 DNA 제조 관련 국내 원천특허는 2028년 1월 만료될 예정이다. 초기 리쥬란과 직접 연관된 일부 특허도 비슷한 시기에 보호기간이 끝난다.
물론 국내 특허가 만료된다고 미국에서의 특허 보호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권은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가 예상하는 미국 진출 시점이 2031~203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초기 리쥬란 기술을 보호해온 원천특허가 만료된 뒤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시간차가 발생한다. 미국 상업화 시점에 어떤 특허로 경쟁사의 진입을 방어할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과제인 셈이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리쥬란은 국내 스킨부스터 시장을 개척하며 파마리서치의 고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내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국내 시장만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파마리서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확대가 필수적인 만큼 세계 최대 미용의료 시장인 미국 진출의 성패가 중장기 성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파마리서치는 고농도 DNA 조성물과 차세대 조직수복용 조성물 등 후속 특허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FDA 허가를 추진하고 있는 기존 리쥬란을 미국에서 어떤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 후속 특허를 통해 경쟁사의 우회 진입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지 등 구체적인 특허 방어 전략은 아직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파마리서치가 정확한 프로세스를 밟아 안전성을 입증하고 규제 허들을 넘는다면 허가는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첫 사례에 가까운 만큼 상당히 험난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