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 챗 GPT)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주요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체력을 분석한 결과, 에이비온(203400)과 압타바이오(293780)의 단순 현금 소진기간은 각각 5.6개월과 8.3개월로 나타났다.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은 9.8개월, 제넥신(095700)과 보로노이(310210)·큐리언트(115180)는 11개월 안팎으로 계산됐다. 반면 에이비엘바이오(298380)와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는 상반기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순유입됐다.
현금성 유동자금은 회사가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연구개발(R&D)비와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 단기금융상품과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수익증권·채무증권 등 유동 금융자산을 더했다. 담보·질권·에스크로가 설정된 사용제한 자금과 대여금·매출채권 등은 제외했다.
이렇게 집계한 현금성 유동자금을 월평균 영업현금유출액으로 나눠 소진 기간을 산출했다. 금융상품별 사용 제한과 임상 확대에 따른 추가 비용, 일회성 기술료, 운전자본 변동 등은 실제 소진 기간을 바꿀 수 있지만, 편의상 상반기 영업 현금 유출 속도가 이후에도 동일하게 이어진다고 가정했다.
소진기간이 짧으면 별도의 기술료나 제품 매출 등의 수입이 원활히 발생하지 않거나 외부 자금 조달이 없을 경우, 현재 규모의 R&D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진행 중이던 임상이나 환자 모집,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일정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가지고 있는 현금 소진기간은 기술이전 계약금이나 마일스톤 등에 의해 갑자기 늘어날 수도 있어 기간이 짧다고 해서 곧바로 자금이 고갈되거나 진행 중이던 임상을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바이오 기업은 임상 단계가 올라가고 R&D 투자를 늘릴수록 필요한 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선제적인 조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다만 자금 여유가 줄어들면 기업이 불리한 조건으로 증자나 CB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기도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기업은 상환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금 시계 빨라진 바이오텍…소진기간 1년 안팎도
현금 체력이 가장 빠듯한 기업은 에이비온으로 나타났다. 에이비온의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0억8000만원이다.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차입금과 관련해 담보로 제공된 예금 30억원을 제외하면 현금성 유동자금은 약 110억8000만원으로 집계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118억2000만원으로 보유 유동자금을 웃돌았다. 월평균 약 19억7000만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계산하면 단순 소진기간은 5.6개월이다.
압타바이오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47억1000만원을 현금성 유동자금으로 계산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자사주 취득자금 대출을 위해 담보로 제공된 단기금융상품 8억원 등은 제외했다. 이 경우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 106억3000만원을 기준으로 한 소진기간은 8.3개월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현금 290억2000만원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100억7000만원을 합쳐 약 390억9000만원의 현금성 유동자금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238억3000만원으로 단순 소진기간은 9.8개월이다.
제넥신 현금성 유동자금은 25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 140억원을 기준으로 한 소진기간은 11.1개월이다. 다만 유동부채로 분류된 금융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이 변수다. 제넥신의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CB는 총 1103억원 수준으로 현금성 유동자금의 4배를 웃돈다.
이외 보로노이와 큐리언트의 단순 소진기간도 각각 11.1개월로 계산됐다. 보로노이는 현금과 정기예금, 유동 금융자산을 합쳐 698억9000만원을 보유했지만, 상반기 영업활동에서 377억3000만원이 유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년 이상 버틸 여력…후속 임상·파이프라인 등이 변수
박셀바이오(323990)는 사용이 제한된 단기예금 등을 제외하고 약 142억원의 현금성 유동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61억원으로 단순 소진기간을 계산하면 14개월이다. 현재 차입금 부담은 크지 않지만, 보유 자금이 1년 남짓한 운영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향후 개발 일정이 중요하다.
특히 박셀바이오는 간암 NK세포치료제 ‘VCB-1102’의 임상 2a상을 마치고 조건부 허가나 첨단재생의료 치료제 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적응증 확대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이 진행되면 R&D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은 현금과 사용제한 금액을 제외한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274억1000만원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84억원으로 전년 동기 34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며 단순 소진기간은 19.6개월로 집계됐다. 여기서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약 56억원을 차감하면 15.6개월로 짧아진다. 오가노이드 사업과 첨단재생의료 분야도 확대하고 있어 임상 성과가 사업 제휴로 이어질 경우 자금 여건이 개선될 수 있지만, 개발을 위한 자금 사용이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네오이뮨텍(950220) 현금성 유동자금은 약 366억2000만원,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약 107억600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단순 소진기간은 20.4개월이다.
샤페론(378800)은 6월 말 약 258억원의 현금성 유동자금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 70억1000만원을 기준으로 한 소진기간은 22.1개월이다.
다만 결산일 이후 이뤄진 CB 만기 전 취득을 반영하면 현금 여유는 줄어든다. 샤페론은 지난 11일 권면액 86억원의 CB 전액을 만기 전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취득금액은 86억8000만원이다. 이를 6월 말 가용자금에서 단순 차감하면 현금 소진기간은 14.7개월로 줄어든다. 당장의 잠재적 희석 부담을 낮추는 대신 약 7개월치 운영자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투입한 셈이다.
앱클론(174900)은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363억8000만원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 92억4000만원을 기준으로 한 소진기간은 23.6개월이다.
바이젠셀(308080)은 현금성 유동자금은 약 293억8000만원으로,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이 39억1000만원에 그쳐 소진기간이 45.1개월로 계산됐다. 계산상 현금 체력은 비교 대상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NK·T세포림프종 치료제 ‘VT-EBV-N’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속처리 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만큼, 향후 허가 절차와 후속 임상, 상업생산 준비가 본격화하면 현금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외부조달·제품 매출 확보 기업은 상대적 여유
기술이전이나 외부자금 조달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제품 매출을 만들어낸 기업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현금 체력을 보였다.
먼저 디앤디파마텍(347850)은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약 1522억6000만원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은 169억7000만원으로 단순 소진기간이 53.8개월에 달했다. 다만 현금 여력이 크게 늘어난 데는 지난 4월 발행한 2265억원 규모의 CB 영향이 크다. 당장의 연구개발 재원은 확보했지만, 향후 주식 전환에 따른 희석이나 조기상환 부담은 변수로 남아 있다.
올릭스(226950)는 약 2141억5000만원의 현금성 유동자금을 확보했다. 상반기 영업현금유출액 211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한 소진기간은 60.8개월이다. 다만 올릭스 역시 지난해 실시한 1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의 영향이 크다. 올해도 회사는 11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향후에는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한 ‘OLX702A’의 임상 진전에 따른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등이 현금 유입 요인으로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자체가 플러스를 기록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유동 금융자산을 합쳐 약 1670억8000만원을 보유했다. 상반기 영업활동에서는 94억3000만원의 현금이 순유입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유동 채무증권을 합쳐 약 626억2000만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71억4000만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현금창출 기반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다. 국내 처방 확대와 해외 기술료가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항암제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임상에 재투자하면서 사업구조를 형성했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 현금과 소진 속도, 차입금 만기 구조가 개별 기업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임상 단계가 높아지고 개발 파이프라인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당장의 자금 체력뿐 아니라 추가 현금 유입 가능성과 향후 자금조달 계획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