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입 제한을 검토하면서 '실제 나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가 제도 도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한 호주에서도 연령을 잘못 판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분증 등을 이용해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확도를 높이면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자 불편이 커지고, 이를 줄이면 연령 확인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국내에서도 제기될 전망이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청소년 SNS 이용 제한을 위한 구체적인 연령 확인 방식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연령 확인과 관련해 특정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호주의 경우에도 '합리적 조치(reasonable steps)'로만 규정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방미통위는 청소년의 SNS 이용 시간을 직접 제한하기보다 14세 미만 이용자의 가입 제한과 연령 확인 체계를 우선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보다 먼저 SNS 연령 제한을 시행한 호주도 '나이 확인' 문제를 풀지는 못했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플랫폼에 특정 연령 확인 기술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대신 미성년자의 가입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용자가 신분증 제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이 다른 합리적인 수단을 제공하도록 해 신분증 확인이나 얼굴 연령 추정 등 하나의 방식만 강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연령을 잘못 판정하거나 제한을 피해 계정을 유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호주 온라인안전 규제기관 eSafety가 지난 3월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연령 제한 대상 SNS 계정을 계속 보유한 자녀가 있다고 답한 부모 중 23.7%는 연령 확인 과정에서 자녀의 나이가 잘못 판정됐다고 답했다.
23.3%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이나 화장 등을 이용해 연령 제한을 우회했다고 답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14세 미만 가입 제한을 실제 도입하려면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플랫폼마다 연령을 확인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페이스북·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해외 플랫폼은 이용자가 가입할 때 생년월일을 입력한다. 이후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신호를 분석해 실제 연령대를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본인인증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이 시행될 경우 해외 플랫폼에도 국내 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본인인증을 요구할지, 얼굴이나 이용자의 행동·계정 정보를 분석하는 연령 추정을 확인 수단으로 인정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휴대전화 본인인증은 비교적 정확하게 연령을 확인할 수 있지만 SNS에 가입할 때마다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이용자 불편이 커지고 사업자의 시스템 구축 부담도 생길 수 있다.
한 국내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본인인증 체계를 갖춘 플랫폼은 큰 부담이 없겠지만 한 단계 진입에 허들이 생기면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얼굴 기반 연령 추정이나 이용 패턴 분석은 별도의 신원 확인 없이 활용할 수 있지만 연령을 잘못 판정할 가능성과 개인정보 처리 문제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소년이 SNS 계정을 만드는 것을 완벽하게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령 확인과 함께 청소년 계정에 대한 보호조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