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아닌 ‘서열’ 쪼개서 판 올릭스…RNAi 기술수출 공식 바뀐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8:42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올릭스.)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올릭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계약 형태다.”

최근 리보핵산 간섭(RNAi) 기술 기업 올릭스(226950)가 중국의 한소제약(이하 한소)과 맺은 계약을 두고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올릭스는 이번에 한소가 ‘RNA(siRNA) 서열 2종’에 대해 제품 개발 및 상업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통상 특정 타깃에 대한 포괄적 기술에 대해 계약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열 단위로 계약이 세분화된 것이다.

올릭스와 한소의 이번 계약은 사업화 단위가 유전자 타깃 전체가 아닌 개별 siRNA 서열로 쪼개졌고, 이에 따라, 향후 동일 기술을 통해 사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소가 확보한 건 ‘siRNA 2종’…계약 구조는

올릭스는 지난 21일 서로 다른 2개 유전자 타깃에 대해 각각 선정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서열 1종씩을 한소가 전 세계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넘겼다고 밝혔다. siRNA란 쉽게 말해 특정 유전자 작동을 꺼버리는 작은 RNA로, 특정 유전자 mRNA를 제거해 단백질 생산을 줄이는 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작동 원리를 갖고 있다.

올릭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선급금을 수령하며, 향후 후보물질 개발과 허가, 상업화 진행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을 추가로 지급받기도 했다. 제품이 상업화될 경우에는 판매 실적에 연동된 경상 로열티도 수령 가능하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DNA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에 대한 원본 설계도를 갖고 있는 개념이라면, mRNA는 이중 필요한 정보를 DNA로부터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크게 보면 ‘DNA→mRNA→단백질’의 구조 안에서 활동이 이뤄지는데, siRNA는 특정 단백질을 과도하게 생산하는 mRNA를 찾아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치료제들이 이미 생성된 단백질 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라면, RNA를 조작하는 RNAi 방식은 애초에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산을 방해하는 것이다.

올릭스는 이번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을 타깃으로 한 siRNA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올릭스는 이미 지난 2021년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과 관련 최대 4억51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심혈관과 대사질환 등 2종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으로, 작년 4월에는 siRNA 신약 3종 중 심혈관질환 치료제 'OLX706C'에 대한 첫 마일스톤 기술료 300만 달러(약 43억원)를 수령하기도 했다.



◇RNAi 기술수출, 플랫폼에서 후보물질로 진화

siRNA 기술 전체가 아니라 특정 서열에 대한 계약이 이뤄진 것은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릭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깃을 표적하는 특정 siRNA 서열 자체를 독립적인 사업화 단위로 설정해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은 흔한 계약 구조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RNAi 업계의 계약은 그 범위가 좁아지는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RNAi 기술 초기에는 플랫폼 기술 전체를 패키지로 넘기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앨나일람이 지난 2007년 로슈와 RNAi 치료제 분야에서 플랫폼 전체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로슈는 종양학, 호흡기, 대사 질환, 일부 간 질환 4개 치료 영역 내에서 어떤 타깃이든 자유롭게 RNAi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기술이 발전하며 업체 간 계약 내용도 점차 세부적으로 변해갔다. 애로우헤드는 2018년 얀센에게 B형 간염 바이러스(HBV)를 타깃하는 siRNA 치료제 JNJ-3989(ARO-HBV)에 대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과거 플랫폼 기술 전체를 대상으로 계약을 맺은 것과 달리 HBV 타깃을 대상으로만 계약이 이뤄진 게 특징이다.

또 앨나일람이 2019년 리제네론과 C5 보체 경로를 타깃하는 siRNA 치료제 셈디시란(cemdisiran)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잘 나타내는 계약으로 꼽힌다. 앨나일람은 리제네론과 셈디시란이라는 특정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당초 셈디시란 단독요법을 공동개발하기로 한 계약과, 병용요법을 리제네론이 독점하는 내용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바 있다. 리제네론은 2022년 11월에 단독요법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에서 탈퇴했다가, 2024년에는 셈디시란의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 독점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었다.



◇서열마다 다른 효능…특허가 사업화 좌우

업계에서는 올릭스의 이번 siRNA 서열 대상 계약을 계기로 앞으로 RNAi 사업이 세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결국 항체, RNA 등 특정한 구조의 화합물의 특성과 역할을 구체화해야 하고, 이것이 가능해야 치료 방법과 효과 역시 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RNA는 아데닌(A), 우라실(U), 구아닌(G), 사이토신(C) 등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되는데, 이 네 가지 염기가 어떻게 나열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서열 구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각각의 서열이 특정 후보물질로 활용되는 식이다.

siRNA 내 여러 서열을 각각 사업화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mRNA를 목표로 하더라도, mRNA상 어떤 서열을 공략할지는 siRNA의 서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다만 목표로 하는 mRNA에 얼마나 잘 접근할 수 있는지, 의도치 않게 다른 mRNA를 건드리지는 않는지,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서 siRNA를 구성하는 것은 기술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표적으로 하는 mRNA의 어떤 부위를 방해하느냐에 따라 서열도 달라지고, 효과도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구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siRNA 서열을 특정하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 전체를 구매하거나 siRNA 기술 전체를 구매했다가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가, 실패할 경우 비용과 시간적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결국엔 특정물질에 대한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순웅 특허법인 정진 대표 변리사는 “항체도 마찬가지지만 서열이 한두 개 정도 바뀌면 나타나는 효과도 많이 달라지게 되고, 이걸 달리 말하면 특정 물질로만 확인된 데이터가 있을 때 그 효과를 믿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은 가격이 비싸지만 특정 서열의 경우 특정한 수요를 목표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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