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신임 상근부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열린 취임 인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6.8.31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을 책임질 삼각편대가 4개월 만에 다시 꾸려졌다. 총선 여파로 그간 공석 상태였던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에 하정우 전 AI수석이 선임되면서 정부의 AI 거버넌스(관리체제)가 완비됐다.
국가AI전략위 부위원장직을 겸임하며 홀로 정부의 AI 수장 역할을 해온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부담도 한층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적한 과제는 녹록지 않다. 불과 4개월 사이 글로벌 AI 기술과 패권 구도는 요동쳤고, 정부가 추진해야 할 AI 정책 방향성도 크게 달라졌다. 앤트로픽의 프런티어(최상위급) AI 모델 '미토스' 등장 이후 상황이 변했고, AI를 국가 전략 자산화하려는 미·중 양강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AI 정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를 놓고 현재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법·제도적 지원과 내년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AI 기본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美·中과 AI 격차 좁히는 데 한계…"독파모 재설계 시급"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방향 수정을 주문하는 정부 AI 정책은 '독파모'다. 미토스로 대표되는 현재의 글로벌 최상위급 AI 모델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및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독파모는 한국이 글로벌 AI 3강으로 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지만, 중국·미국과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를 좁히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며 "독파모가 1년 반 전에 시작됐는데, 당시와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 AI 모델이 전 세계 3등 수준으로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모델에 미치지 못해 어떻게 모델 성능을 끌어올릴지가 중요하다"며 "독파모를 넘어 GPU와 데이터, 인재를 집중시켜 단일한 거버넌스로 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미·중 양강의 AI 전략 자산화 움직임에 대응해 기존 독파모를 뛰어넘는 프런티어 AI 모델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독파모는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고성능 GPU 자원을 단계적으로 몰아서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최종 1팀이 선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GPU 자원이 여러 기업으로 분산되는 탓에 현재 진행되는 프런티어 AI 모델 경쟁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업 간 경쟁 방식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평가 과정마다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하 부위원장은 3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독파모 사업을 시작한 목적에 맞게 잘 진행하고 있는지, 앞으로 독파모의 방향성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고민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런티어 AI와 격차를 좁히고 선두그룹으로 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프런티어 AI 경쟁에서 우리 스스로 경쟁력 있는 AI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핵심 목표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상위 AI 모델 확보를 위해 내년에 5조 593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독파모 프로젝트는 내년 초까지 진행되는 3차 평가 이후 프런티어 AI 모델 프로젝트에 편입되는 방식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독파모 참여사들을 어떻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연계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9.1 © 뉴스1 이재명 기자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AI 기본법 정비도 과제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AI 반도체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지원책도 정부 AI 정책 과제로 꼽힌다. 전력망과 용수 확보를 위해 규제를 개선하고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 교수는 "소버린 AI 관련해 AI 인프라로서 AIDC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전력이나 용수, 주민들 반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AIDC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AIDC를 토큰을 생산하는 지능 공장으로 만들고, 이를 해외까지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AI전략위 기술혁신 및 인프라 분과장으로도 활동 중인 신 교수는 "AI 모델뿐만 아니라 3대 메가프로젝트도 중요하다"며 "AIDC 특별법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데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할지도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또 프런티어 모델, 피지컬 AI 모델, 반도체가 어떻게 같이 걸 건지 큰 그림을 그려 부처 간 협력을 촉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강조했다.
내년 1월 1년의 유예 기간을 채우게 되는 AI 기본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은 사용자의 기본권·생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고영향 AI ' 서비스 제공 기업에 강화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AI 업계 우려를 반영해 최소 1년 이상 규제 유예(계도기간)를 적용하고, 해외 동향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 유예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현재 AI 기본법은 시행된 것도 시행 안 된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라며 "EU도 고영향 AI 규제를 연기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들보다 먼저 관련 규제를 시행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규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시행 준비는 돼 있는지 국가AI전략위 등에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