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계좌 안 열어주나"…英 성산업 종사자 부당대우 호소[통신One]

해외

뉴스1,

2024년 4월 18일, 오후 02:51

영국에서 성 산업 종사자들이 대형은행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성 산업 종사자들은 은행 계좌 개설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직업을 묻는 말에 '성 산업(sex industry)'이라고 적으면 신청을 거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직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이었던 베키 웹스터는 성 산업 종사자라는 이유로 은행 계좌 개설을 거부당하거나 계좌를 정지당한 경험만 15차례가 넘는다. 바클레이즈(Barclays)은행으로부터 계좌를 해지당해 아들의 정부 지원금조차 제대로 수령할 수 없었다.

그는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면서 의회에 성 산업 종사자들에게 은행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청원에는 약 1만1000명의 서명이 모였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은행 계좌 해지 또는 거부 문제는 성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영국 의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영국 대형 은행에서 계좌를 해지당한 업체 수가 약 14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규제 기관인 영국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 계좌 해지 문제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

영국 성매매 여성 단체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약 7만2800명이 성적 서비스나 공연을 판매해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88%가 여성이다. 성 산업 종사자 인원에 대한 영국 정부의 추정치는 약 6만~8만명이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성매매를 권유하거나 관련 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동의한 성인 간에 성적인 서비스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행위는 합법으로 간주한다.
성 산업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NGO 단체 NUM(National Ugly Mug)는 "우리는 영국의 성 산업에 대한 은행의 이해 부족으로 성 산업 종사자들을 차별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성 산업 종사자들도 국가에 소득세를 납부한다. 웹스터는 자신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기본적인 은행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은행은 성매매를 포함한 금융 범죄 수익금을 감시하고 미리 차단할 책임을 내세운다. 영국 금융업계 협회인 UK 파이낸스는 계좌 해지나 동결 결정은 범죄 수익금 위험 관리나 규제 의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성 콘텐츠 플랫폼인 민트스타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성 노동자 권리 연구자인 제시카 반 메이어는 "성 노동자들에게 은행 계좌를 빼앗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돈을 보관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잠재적으로 자신을 학대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동종업자나 제삼자에게 돈을 대신 보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성 산업 종사자들과 관련된 합법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도 재정적 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산업 종사자 지원단체 디크림나우(Decrim Now)는 은행의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과 불투명한 위험 평가 과정으로 인해 성교육자, 치료사, 예술가들도 은행과 성 산업 종사자들 간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갈수록 규제가 덜한 디지털 화폐에 의존한다고 한다.

영국 재무부는 웹스터가 제기한 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은행이 계좌 해지 전 통지 기간을 최소 2개월에서 90일로 늘리고 기관이 계좌 해지를 결정할 때 자세한 설명을 첨부하도록 하는 등 고객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tigeraugen.cho@gmail.comnews1.kr

이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