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의 낭만야구] 20년 만의 두 번째 승리, 서울대 야구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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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4년 4월 20일, 오후 01:00

시즌 첫 승 후 정석 감독을 행가레쳐 주고 있는 서울대 선수단. 누군가 보면 우승한 줄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야구부의 1승은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야구부 제공
시즌 첫 승 후 정석 감독을 행가레쳐 주고 있는 서울대 선수단. 누군가 보면 우승한 줄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야구부의 1승은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야구부 제공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서울대학교 야구부가 20년 만에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19일, 강원 횡성 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한국대학야구연맹(KUBF) U-리그 B조 경기에서 서울대가 김유안과 이서준의 활약을 앞세워 경민대에 9-2, 7회 콜드게임 승리하며 그토록 염원했던 시즌 1승의 꿈을 이루어냈다. 창단 후 첫 콜드게임 승리이기도 하다. 앞선 한국 골프대학교와의 경기에서도 3-3 무승부를 거두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서울대는 19일 경민대를 상대로 ‘일’을 내며 시즌 첫 승과 20년 만의 통산 두 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서울대의 통산 첫 승리는 2004년 9월, 신생팀 송원대를 상대로 거둔 2-0 승리였다. 이후 20년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회를 무득점으로 마친 서울대는 2회 들어서며 와일드피치 두 개를 범하면서 3루 주자를 허용했고, 경민대는 이 틈을 타 김준현의 홈 스틸로 선취점을 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2회 말 반격서 정승원의 동점 적시타에 이어 2사 이후 김유안의 2루 방면 내야 안타 때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3번 이진산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김유안이 홈을 밟았다.

3회에도 김유안과 이서준의 활약으로 4점을 추가한 서울대는 6회 상대 와일드피치로 콜드게임을 알리는 9점째를 냈다. 선수들 전원 투-타 겸업이 필수인 서울대는 내야수 이서준을 비롯하여 리드오프 김유안이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그 중 3이닝 무실점을 펼친 이서준이 서울대 통산 두 번째 승리의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덕수고 시절에도 발 빠른 내야수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서준은 당시 이정호에 이어 두 번째로 덕수고 출신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이슈로 상당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서울대 통산 두 번째 승리 투수로 기록된 이서준. 사진=이서준 본인 제공
서울대 통산 두 번째 승리 투수로 기록된 이서준. 사진=이서준 본인 제공

3학년 이서준의 부친 이석원 씨는 MHN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대가 1승을 하려면 일곱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 타선이 쉽게 삼진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우리 투수 셋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던져야 하며, 우리 수비가 실책을 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먼저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한 이후 “그리고 다섯점 이상 초반에 뽑고, 우리 팀 투포수가 패스트볼을 줄여야 한다. 또한, 상대 주축 투수가 전날 게임에 나와 길게 던지기 힘들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아들 (이)서준이가 공격에서 잘해줘야 한다(웃음). 그런데, 이 우스겟소리같은 일이 어제 기가막히게 잘 맞아떨어졌다. 그 가운데 아들이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린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 아니겠는가!”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렇게 공부하는 야구선수들이 속속 서울대 입시에 성공하면서 이제 서울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이서준을 포함하여 리드오프로 활약한 김유안 역시 자양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 복무 포함하여 6년을 학교에 다니며 실력이 일취월장한 4학년 정승원의 경우 아예 초, 중, 고등학교 야구부 경력이 없다. 열정과 연습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서울대 야구부를 약하다고 했는가? 물론 전국에서 아직 약체 전력인 것은 맞다. 그러나 홍승우와 이정호를 시작으로 야구를 경험했던 이들이 서울대 입시에 성공했고, 이러한 선배들의 뒤를 잇고자 고교야구부에서는 ‘공부를 해도 이렇게 풀릴 수 있다.’라는 사실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는 서울대 야구부를 ‘1승 재물’로 만만히 봐서는 안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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