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심판 오판“ “당 반대로 해 당선”…與 토론회서 쓴소리(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4년 4월 25일, 오후 03:10

[이데일리 이도영 기자] 4·10 총선 참패 원인을 찾기 위해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당의 전략적 오판과 경제 상황에 대한 대통령실의 안일한 태도가 패배를 불러왔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여의도연구원은 2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란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총선 패배 보름 만에 당 기구가 개최한 첫 반성회 성격이다.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락하는 경제와 나 몰라라 정치가 문제”

경기 고양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이번 선거에서 조직이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느꼈다”며 “개인 인물이나 조직이 아니라 정권 심판론이 휩쓴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정책에 큰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의 태도나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싫다는 말이 (선거 현장에) 많았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좋다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들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더 싫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장은 “추락하는 경제와 나 몰라라 정치가 문제였는데, 경제가 힘들다고 국민은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용산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관료들은 죄송하다는 얘기 대신 ‘우리 정부 때문이 아니다’라고만 했다”며 “정부도 집권당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부분에서 국민이 절망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권 일각에서 21대 총선보다 전국 득표율 격차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며 “수도권에서 전멸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년 후 있을 지방선거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비전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부총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권 심판론에 대항하기 위해 내세웠던 ‘이·조(이재명·조국)심판’ 전략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에서 보니까 국민은 모두 이재명·조국이 나쁜 사람인 것을 알았다”면서도 “‘당신들도 심판 안 받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공허할 정도로 (이조심판이) 먹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한 전 위원장의 ‘메가 서울 공약’에 대해서도 “제가 출마했던 고양에선 서울 편입론에 대한 인기가 있었는데, 경기도 분도를 같이하겠다고 하니 ‘네모난 동그라미’같이 형용 모순이 됐다”며 “대통령실에서는 특례시 권한을 강화해 주겠다고 하니 당과 대통령실이 전혀 조율되지 않은 발표로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여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남을 지역구로 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앞에서 “영남당을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영남 지역 당선인들은 일부러라도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에 경기도 포기 당 별명 생겨”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국회의원 당선인은 당의 전략과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 자신의 당선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험지인) 강북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과 반대로 했다”며 “이조심판 얘기는 입 밖으로도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은 4년간 한 번도 안 걸었다”고 힘줘 말했다.

김 당선인은 “21대 총선에서 100석 남짓 받았을 때 당이 무너지는 것처럼 대성통곡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도 거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받았음에도 안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방선거를 잘 치르면 되지 않을까’하면서 희망 회로가 돌아간다는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토론회에서는 국민의힘이 ‘경포당’(경기도 포기 정당)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번 선거로 국민의힘에 경포당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며 “경기도는 권역별로 특성을 연구해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적한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 당을 앞으로 혁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