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디넷' 보관된 정보로 별건수사 위법"…檢 "이제 안해"(종합)

사회

뉴스1,

2024년 4월 26일, 오후 12:26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폰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디넷)에 보관한 뒤 별건 수사에 재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최근 '검찰의 위법 수집 증거 활용'에 대한 주장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검찰은 2022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로는 디넷에 보관된 자료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 다른 사건 수사 중 압수한 증거물 활용…대법 "영장주의 위반해 수집"

춘천지검 원주지청 사무과장인 A 씨는 2018년 5월 강원 원주시의 한 식당에서 원주지청 국장급 간부 B 씨로부터 "6월에 있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의 재선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선거 전까지 측근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고 청탁을 받았다.

A 씨는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과장 C 씨에게 사건 진행을 선거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C 씨는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지휘건의서에 회신하지 않거나 구속영장 신청서 결재를 늦추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일 전 수사를 막았다.

A 씨는 2018년 6월 B 씨에게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알려주고, 2018년 8월에는 "친형이 고소한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B 씨로부터 받은 뒤 같은 해 10월 검사 수사지휘서 내용을 알려주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통화 녹음파일과 그 녹취 내용은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검찰은 B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전자정보를 디지털 증거분석 해 이미지 처리한 파일을 디넷에 저장했다.

이 파일을 분석하던 중 우연히 A 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일정 내역표, 문자메시지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폐기하지 않고 3개월가량 디넷에 보관한 채 B 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2차 증거까지 수집하는 등 '별건 수사'를 진행했다. 디넷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한 것은 수사가 꽤 진척된 뒤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유관 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후에도 무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해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전제했다.

또한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로 그 압수 절차 위반 행위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법정 진술 등의 증거들 역시 위법수집증거에 터 잡아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8.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대검 "전부이미지, 유관정보 증거능력 입증 때 아니면 안 써"

이번 판결과 관련,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2022년 이후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디넷에 보관된 전부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선별절차 완료 후 디넷에 저장된 '전부이미지'를 재탐색해 제2의 범죄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다"라며 "2018년 12월 휴대폰 압수 후 전부이미지 파일을 디넷에 등록했고, 이후 수사팀이 탐색·선별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전부이미지(유관+무관), 선별이미지(유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에는 유관정보 탐색·선별을 종료한 후 유관정보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전부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선별절차까지 종료된 이후부터는 전부이미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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