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이정현 시집 '점' 출간

생활/문화

뉴스1,

2024년 4월 26일, 오후 04:43

이정현 시인의 시집 '점(點)'이 나왔다.

이정현의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고요와 안식, 그리고 평화를 느낄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성급하게 대답과 결론과 해결을 원하는가. 우리는 얼마나 모든 것의 자명함과 명쾌함을 갈구하는가. 우리의 피로는 원칙적으로 대답이 없는 공간에서 성급한 대답을 기대하고 찾는 행위에서 축적된다. 우리는 화끈하고 명쾌한 길을 원하며, 불분명함, 대답 없음 혹은 대답할 수 없음의 희미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가 이렇게 성급하고 천박한 진리-경쟁의 공장에서 숨을 헐떡이며 확실한 성과물을 향해 돌진할 때, 이정현은 그런 기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들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숲속 오두막 조그만 창에 그림처럼 가득한 초록 나뭇잎들, 목적도 성취도 없이 흘러가는 강물, 겨우내 키우고 키워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커진 꽃망울을 터뜨려 봄을 알리는 목련,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항상 처음 같은 풍경으로 흘러가는 구름, 이런 것들은 해명해야 할 진실도, 끝내 구해내야만 할 명쾌한 해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것들은 인간보다 먼저 무명, 무념, 무상, 무위의 상태에 가 있으며,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존재의 충만’에 도달해 있다. 이정현의 이 시집은 정복과 성취의 담론에 지친 독자들에게 이런 고요와 평화와 안식의 풍경도 있다는 사실을 섬광처럼 보여준다. 이 시집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때 절은 옷을 벗고 맑고 푸른 숲속에서 영혼의 삼림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평화는 거기에서 온다.

오민석 시인(문학평론가)은 "요즘은 너무나 희귀한 적요와 고요와 조용한 웃음의 시집으로 깨달음의 순간에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시인의 웃음은 주체가 과도한 진지함에 빠져 사물을 경직화하는 것을 막는다. 시인은 멍청한 진지함보다 경쾌한 깨달음을 원한다"고 이번 시집을 평했다.

이정현 시인은 1964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수필춘추'(수필) 2016년 '계간문예'(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살아가는 즐거움' '춤명상' '풀다' 등과 시선집 '라캉의 여자', 평론집 '60년대 시인 깊이 읽기', 산문집 '내 안에 숨겨진 나'가 있다. 문학비평가협회상, 문협서울시문학상, 수필춘추문학상, 한국시원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관공서와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강의하고 있다.

이정현 지음/ 황금알 펴냄/ 128쪽/ 1만원.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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