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초등학교 4학년 조윤제 군(11)은 '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 전북 임실에서 전날 올라왔다. 조군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설명을 읽더니 무한거울 크레바스를 한 걸음씩 내디디며 정답을 찾아 기후변화를 막을 해결책이 담긴 비밀 상자를 열었다.
정답을 맞힌 조군은 '어떻게 알고 왔느냐'는 질문에 어른보다 수준 높은 똑 부러진 대답을 했다. "기후변화 문제로 앞으로 인간과 동물의 고통은 물론, 산불로 식물까지 고통받게 되잖아요.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엄마·아빠 졸랐어요."
이 공간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과학방탈출' 게임이다. 정부 출연 연구소부터 대학 연구실, 과학 뮤지컬이 열리는 행사장 한복판에 설치된 과학방탈출은 올해 '기후변화'를 주제로 꾸려졌다.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건조 지역에 폭우를 뿌리거나, 산림 지역을 건조하게 해 산불을 부르기도 한다. 아마존과 더불어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메탄이 배출돼 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한다. 또 사과나 배부터 어류까지, 여러 품목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경제와도 연관성이 크다.
4개 방을 모두 탈출하면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게 설계됐다. 방탈출 기획을 총괄한 이태호 씨와 극지연구소 빙하시추연구팀 출신 한창희 박사는 "가장 쉽게 기후변화를 인지할 수 있도록 게임으로 제작했고,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타임어택'으로 체감하도록 방 탈출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울산 화진초등학교에서 온 이유안 군(11)은 방 탈출을 마친 뒤 "과학자가 돼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그때까지 나무젓가락, 플라스틱컵을 안 쓰겠다"고 다짐했다. 한순간 게임일 뿐일 수 있으나 학생들의 마음 한구석에 기후 문제를 각인하는데 충분해 보인다.
기후변화 과학방탈출 게임은 28일까지 운영된다. 다만 30분 단위로 운영되는 게임은 예약이 모두 끝나서 현장 참여만 가능하다.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학생·시민형 콘텐츠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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