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대신 가족 잘 챙기길"…어버이날 순직경찰 자녀들 한자리에

"부모 경찰관의 빈자리를 14만 명 거대조직의 삼촌 이모들이 기억해 성년까지 어렵지 않게, 힘들지 않게 하겠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 순직 경찰관의 자녀를 중심으로 유가족 40여 명이 모였다. 위험직무순직 유가족 7세대·16명과 일반순직 유가족 11세대·26명 등이다.

전국 경찰관들이 매달 월급에서 100 원씩 모아 순직경찰관 유가족을 지원하는 '100 원의 기적' 지원금을 전달받기 위해서다.

엄마 품에 안긴 4세 아이부터 혼자 행사장을 찾은 의젓한 중고생까지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 자녀의 연령대는 4세부터 18세까지 다양했다. 순직경찰관을 추모하는 소개말과 영상이 흘러나올 때는 자리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윤희근 청장은 2020년 한강에서 투신자 수색 중 순직한 유재국 경사의 자녀 유 모 군(4)을 시작으로 일일이 인사하며 지원금과 '미라클 박스'라는 이름의 선물상자를 건넸다. "아빠 대신 네가 가족 잘 챙겨야 한다"는 윤 청장의 조언에 한 유가족은 눈물을 참으며 꿋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 청장은 인사말에서 "오늘이 5월 8일인데 저 또한 부모님의 자식이자 자녀를 둔 가장"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부모님의) 빈자리가 크겠지만 자녀들이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분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체 경찰 14만 명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7만 786명이 매달 100원씩을 모아 지난해에만 4억 원 조금 넘게 모았다. 이 돈으로 업무 중 순직한 경찰관 자녀 19명에게 매달 100만~300만 원씩 전달했다.

경찰은 지난해까지 위험순직자 가정에만 기부금을 건넸지만 올해부터 경찰 재직 중 질병 등으로 사망한 일반 순직자 가정 59세대에도 배분하고 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