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2년]⑫저출산·연금개혁 '해결사' 자처한 정부…의사결정은 지지부진

사회

뉴스1,

2024년 5월 09일, 오전 07:31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인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5.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연금 개혁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만 2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국회로 떠밀었던 연금 개혁은 또다시 좌초돼 22대 국회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저출산 정책은 이전 정부의 '백화점식 정책 나열'을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 속에 합계출산율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던 연금 개혁은 출범 2년을 앞둔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돌연 여야 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22대 국회로 공을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22대 국회에선 연금특위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하며, 국정감사와 각종 정쟁이 예고돼 있어 개혁안의 올해 안 처리조차 불투명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연금개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처럼 골든타임이 무의미하게 흘러간 데에는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안정론과 노후소득보장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체적 안을 통해 논의를 주도해야 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이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수치를 빠뜨린 '맹탕 개혁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거나, 소득대체율을 높일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았다.

또 이와 관련해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10 총선 표를 의식한 여론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지난 4월 공론화위원회를 꾸렸고,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기'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 안정을 주장하는 여당과 노후소득 보장을 앞세우는 야당 사이에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개혁안이 좌초했다.

오건호 '미래세대 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보험료·소득대체율 등 숫자를 제시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껴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긴 격"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계속 표류하는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자신의 명확한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럽출장 취소 및 연금개혁특위 활동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주호영 특위위원장, 유경준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의원실 제공) 2024.5.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 또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6+6 육아휴직제, 부모급여 확대, 신생아 특별공급·특례대출 등 이전보다 과감해진 정책을 내놨으나, 2022년 0.7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0.65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숫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등 이전 정부와의 정책 차별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정부도 근본적으로는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민간위원이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며 사퇴하기도 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현금성 정책이 늘었을 뿐 정책 나열을 반복하고 있다. 저출산 원인과 관련한 대통령의 명확한 인식이 없다"며 "부모 역량에 따라 아동 간 돌봄 격차를 심화할 수 있는 현금성 지원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정책을 뚝심 있게 이끌고 갈 저고위 또한 이번 정부 들어 여러 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 초대 저고위 부위원장을 맡았으나, 윤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 쓸쓸히 퇴장했다. 이어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성과 부진 논란 속에 임기 2년 중 고작 1년만 채우고 교체됐다.

공직사회에서 '불도저'로 통하는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위원장직을 맡은 후 조직 강화를 꾀했지만, 저출산 대책 발표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독자적 집행·예산권이 없는 저고위가 기획재정부와 세제·예산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고용.일자리 세대공존을 위한 전략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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