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파 공격 앞두고 美와 갈등 격화…휴전은 여전히 요원(종합)

해외

뉴스1,

2024년 5월 09일, 오전 10:26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지상 작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계속되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라파 지상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던 미국은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밝혔고, 이스라엘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양측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여전히 공전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전역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송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들에 대한 책임과 보호 없이 라파에 대규모 공격을 가해선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 왔다"라며 "상황을 평가한 대로 고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선적이 중단된 폭탄의 규모는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개 등 총 3500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급한 무기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됐다. 현재 이 무기는 지원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벌인다면 앞으로도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져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스라엘 측에서는 미국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미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라파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동부 곳곳에서 하마스의 인프라를 발견했다며 이를 파괴하기 위한 "표적 공격"을 실시하고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하마스의 해군 사령관인 무함마드 아흐메드 알리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라파 의료진과 주민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라파에서 최소 4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에레즈 검문소와 지난 5일부터 폐쇄된 케렘 샬롬 검문소를 다시 개방했다. 이들 검문소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장악한 라파 검문소와 함께 가자지구 피란민을 위한 주요 구호품 반입로로 꼽힌다.


한편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은 여전히 타결 가능성이 요원한 상황이다.

하마스 지도부 일원인 에자트 엘 레시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합의에 도달하는 데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이 협상을 라파를 침공하기 위한 위장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측도 휴전 협상에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계속 카이로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재국들은 협상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합의로 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라며 "양측이 협상 타결을 위해 할 수 있는 해야 할 만큼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이집트 국영 매체 알카헤라는 "이견이 있는 지점"들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일부 합의점"도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