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확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의견을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만큼 앞으로 중동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리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 등을 통해 어떻게 공방을 전개할 것인지 평가해 왔다”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지난 4월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복하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을 발사했다.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이어서 우려를 키웠다. 이 공격 이후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진영 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의 공격이 99% 요격당해 실패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승리를 가져가라”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향후 이란에 대한 어떤 공격 작전에도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작전을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확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 시설로 둘러싸인 도시인 이스파한의 공군 기지를 공격하면서도, 시설 자체는 공격하지 않았다. 미국의 입장과 압박을 반영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다음엔 직접적인 타격이 가능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다시 한 번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4월과 비교해 미국의 정치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사라져 그의 발언이 과거와 달리 힘을 잃었다. 이스라엘이 대(對)이란 보복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NYT는 지난 4월에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짚었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맏형’ 격이어서 두 단체의 피해를 이란 역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 스스로도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 및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자기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추가 대응이나 확전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보복을 천명했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그동안 이란은 주로 팔레스타인, 레바논, 예멘, 이라크 및 시리아에 있는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간접적으로 싸웠지만, 이젠 전면전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이란 프로그램의 심장부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직 미 국방부 관리이자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그랜트 럼리는 “이란의 4월 공격은 며칠 동안 경고가 있었지만 이번엔 공격 감행 불과 몇시간 전에 예고가 이뤄졌다”며 “이 새로운 공격을 (이란의 주장처럼) 단순히 상징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확실히 이란의 (전쟁 참여 가능성을) 가속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이란은 이번에도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조합해 공격했지만, 4월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로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며 “이 미사일은 훨씬 빠르게 날아가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을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