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멕시코 국경 장벽. (사진=AFP)
◇美거주 이민자도 심사 강화…유학생·주재원 ‘벌벌’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의 안전이나 국익을 해치는 외국인의 유입을 막기 위해 입국 희망자뿐 아니라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최대로 엄격하게 심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비자 발급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날인 지난달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 국무부 등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관계 부처에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어떻게 대상을 선정해 어떤 방식으로 심사 강화를 진행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1기 정부 때처럼 비자를 신청할 때 추가적인 질문 또는 서류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에서 반이민 정책을 설계했던 스티븐 밀러를 백악관 정책 및 국토안보 담당 부비서실장에 앉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보기술(IT) 기술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H1B 비자나, 기업에서 파견하는 주재원을 대상으로 하는 L 비자 등의 발급이 일시 중단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많은 미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도 트럼프 1기 정부가 같은 조치를 취한바 있어서다.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증명하는 그린카드 또는 비자를 소지하지 않으면 추방당할 수 있는 만큼,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 및 연수생, 주재원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제교육협회(IIE)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미국 고등교육기관에 등록한 해외 유학생 수는 총 112만 6690명으로, 이 가운데 4만 3149명이 한국인 유학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머스크 CEO가 실리콘밸리 기술 인재들의 H1B 비자 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1기 때보다는 규제가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머스크 CEO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지지론자들이 H1B 비자 규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19일부터 적용 원정출산 규제는 위헌소송에 제동
트럼프 정부는 오는 19일 이후 출생한 아이들부터 이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소속 20여개주 주지사들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수정헌법 14조에선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 관할권에 속하는 경우 미국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이를 개정할 수 없다는 게 주지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연방지방법원은 일시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항소하겠다고 밝혀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합법 절차 통한 망명·난민 신청도 불법 간주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난민 수용도 제한될 예정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조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한 난민 신청 접수를 폐지했으며, 이날 베네수엘라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시보호지위(TPS) 연장도 철회했다.
2023년 TPS 자격을 얻은 베네수엘라인 약 35만명에 대한 보호 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이들은 자격이 실효되는 4월 또는 9월 이후 강제 송환될 예정이다. 망명 신청자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겠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TPS는 자연재해나 전쟁 등이 일어난 나라에서 피난해 온 경우 본국 송환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일시적으로 체류 및 취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 17개국을 대상으로 하며, 역대 정권에서 자격 연장을 계속해 왔다.
미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는 “중국이 하이테크 기술로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민은 미국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각종 규제로 기술 이민이 줄고 저출산이 가속화하면 미국이 세계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